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18년 동안 간병하면서도 나눔의 손길을 멈추지 않던 70대 여성이 장기 기증으로 4명에게 새 희망을 선물하고 삶을 마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16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제맹순씨(76)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장, 간장, 안구(양측)를 기증하며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28일 밝혔다.
경북 상주군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제씨는 생전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뜨개질을 즐기며 자녀들의 옷을 손수 지어 입히는가 하면, 보육원을 찾아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어려운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또 제씨는 결혼 후 가정주부로 생활하며 뇌졸중으로 편마비를 앓게 된 남편을 18년 동안 정성껏 돌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11일 아침,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제씨는 남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제씨의 가족들은 “평소 다른 사람을 돕기를 좋아하던 어머니가 삶의 마지막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선한 일을 하고 가기를 원했다”고 기증 결정 이유를 밝혔다.
아들 김동훈 씨는 “이제는 모든 아픔 내려놓고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엄마”라고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사랑을 나눠준 기증자 제맹순 님과 유가족의 숭고한 결정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생명나눔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밝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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