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현지에서도 손흥민의 합류로 로스앤젤레스FC(LAFC)가 진정한 우승 후보가 됐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28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사무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 LAFC 브로맨스가 MLS컵 꿈에 기름을 부었다”라며 두 선수의 훌륭한 호흡이 LAFC에 미치는 영향을 전했다.
손흥민이 LAFC를 진정한 우승 후보로 만들었다. 손흥민이 오기 전에도 LAFC는 서부 컨퍼런스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내는 팀이었지만, 손흥민 입단 직전 성적은 22경기 10승 6무 6패로 서부 컨퍼런스 6위였다. MLS컵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더라도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해야 하는 순위였다.
손흥민은 서서히 팀을 바꿔나갔다. 올해 8월 7일 토트넘홋스퍼를 떠나 LAFC에 입단한 손흥민은 불과 3일 뒤인 10일 시카고파이어 원정에서 교체로 출전했고,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의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어 17일 뉴잉글랜드레볼루션 원정에서는 처음 선발로 나서 후반 추가시간 4분 마티외 슈아니에르의 득점을 도우며 LAFC에서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어진 24일 FC댈러스와 리그 경기에서는 MLS 데뷔골도 신고했다. 손흥민은 왼쪽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프리킥은 절묘하게 수비벽을 넘어 왼쪽 골문 상단에 꽂혔다. 해당 득점은 팬들에게 두루 인정받은 아름다운 득점으로, 최근 MLS 팬들이 공식 선정한 ‘2025 AT&T MLS 올해의 골’에도 선정됐다. MLS는 관련해 “손흥민의 첫 번째 LAFC 골은 역사책에 영원히 남았다”라고 전했다.
9월 A매치 이후에는 손흥민과 부앙가가 투톱으로 서면서 LAFC가 대단한 파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9월 A매치 이후 손흥민과 부앙가의 ‘흥부 듀오’가 가동된 6경기에서 LAFC는 5승 1무, 18득점 6실점을 기록하며 상승곡선을 탔다. 흥부 듀오가 10월 A매치 차출로 빠진 2경기에서는 1승 1패, 2득점 1실점으로 파괴력이 반감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LAFC가 토론토FC를 상대로 득점하기 전까지 LAFC 7경기에서 나온 18골을 오로지 둘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공격 듀오가 18골을 연속으로 득점한 건 손흥민과 부앙가가 최초였다. 관련해 현존하는 미국 최고(最古)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손흥민과 부앙가가 MLS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듀오 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활약이 지속되자 LAFC를 MLS컵 우승 후보로 꼽는 시선이 늘어났다. 일례로 10월 초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역동적이고 기록적인 손흥민과 부앙가 듀오가 LAFC를 MLS컵 우승 후보로 만들었다”라며 두 선수의 활약을 칭찬했다. 지난 23일에는 영국 유력지 ‘가디언’의 미국판도 MLS컵 유력 우승 후보로 LAFC를 꼽으며 LAFC가 MLS컵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승자가 될 거라 내다봤다. 다만 MLS컵 우승은 동부 컨퍼런스의 인터마이애미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MLS의 특집 기사도 세간의 예상과 궤를 같이 한다. MLS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이 손흥민의 LAFC 합류 후 일어난 반전을 그대로 옮겼다면, 분별력 있는 비평가에게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조롱을 받았을지 모른다”라며 “LAFC는 손흥민 합류 후 순위 상승을 맛봤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MLS컵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MLS는 손흥민과 부앙가의 ‘브로맨스’가 LAFC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세인트루이스시티와 경기에서 손흥민과 부앙가는 후반에 주어진 페널티킥을 처리하려 할 때 서로에게 페널티킥 키커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을 바라는 부앙가와 부앙가의 MLS 득점왕 경쟁을 응원하는 손흥민이 좋은 마음씨를 내비친 것이다. 비록 페널티킥은 취소됐지만 두 선수의 이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두 선수는 경기장 내 호흡에 만족하고 있다. 부앙가는 지난 5일 앤드류 위베와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함께하는 건 자연스럽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라며 “내게 손흥민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손흥민은 늘 웃고 장난을 친다. 손흥민을 통해 나를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원한다. 그게 손흥민이 하는 일이고, 모두와 함께 그렇게 한다. 손흥민을 사랑해야 한다. 미워할 수 없다.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손흥민의 영향력에 찬사를 보냈다.
최근 LAFC와 재계약을 맺은 베테랑 풀백 라이언 홀링스헤드도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냈다. 홀링스헤드는 “손흥민은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농담을 하려 노력한다. 대체로 이해할 수 있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라며 “손흥민 같은 선수를 데려오면 경기장 안에서 퀄리티는 물론 좋은 친구이자 팀 동료를 얻는 거다. 우리 팀에, 우리 팀의 경기력에 손흥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홀링스헤드는 손흥민과 함께라면 우승도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MLS 또한 “LAFC는 오스틴을 꺾는다면 준결승에서 풍채가 있는 밴쿠버화이트캡스와 맞붙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상승세는 LAFC에 새로운 수준의 자신감과 MLS컵 우승에 대한 낙관론을 불어넣었다”라며 LAFC가 손흥민과 함께 강력한 MLS컵 우승 후보로 떠올랐음을 인정했다.
LAFC는 오는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BMO 스타디움에서 오스틴과 MLS컵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치른다. 1라운드는 3판 2선승제로 정규 시간 내 승부를 가르지 못하면 무승부 없이 승부차기로 돌입한다. 정규리그 상위팀의 홈에서 1경기와 3경기가 치러지며 2경기 안에 2승으로 승부가 날 시 3경기 없이 곧장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에 진출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MLS 홈페이지, LAFC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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