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갖고 있다고 옥살이한 서울대생, 42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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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갖고 있다고 옥살이한 서울대생, 42년 만에 `무죄`

이데일리 2025-10-28 11:05: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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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군사정권 시절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갖고 있다가 불법으로 체포돼 옥살이했던 70대 남성이 재심 끝에 40여 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이데일리DB)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2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진태(72)씨의 재심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검거된 이후 불법적으로 연행돼 고문을 당하는 등 강제 수사를 당해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법 경찰관이 영장 없이 불법 연행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한 달 동안 영장 없이 수사했다”며 “압수물, 압수조서도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것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정씨가 이적 행위를 하기 위해 자본론 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본론뿐만 아니라 칼 마르크스 사상 저서는 국내에서 공식 출판되고 널리 읽히고 공산주의 사상도 마찬가지”라며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권리로 가급적 폭넓게 인정돼야 하고 민주주의 열망 등으로 이와 같은 서적을 소지하고 탐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무죄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범죄자라는 굴레에 묶여 지내온 게 42년이고 제가 나이가 지금 73살이니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야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보안법 7조 5항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재심도 안 되고 억울해서 이분들도 속히 재심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며 “그게 제 사건을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다”고 했다.

서울대 학생이던 정씨는 1983년 2월 15일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독서실에서 연행된 뒤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올 초 이 사건이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진화위 조사 결과 정씨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해 강제 연행됐고 이어 검찰 등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증거기록과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 등을 종합해 고려할 때 피고인이 불법으로 체포된 것이 사실로 보인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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