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엔비디아와 AMD가 장악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바일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칩 시장으로 진입하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27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이날 AI 연산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전용 반도체 ‘AI200’과 ‘AI250’을 공개했다. AI200은 2026년, AI250은 2027년 출시 예정으로 두 제품 모두 액체 냉각 시스템을 적용한 서버랙(rack) 단위 구성으로 공급된다. 데이터센터에 바로 설치 가능한 완전한 서버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제품은 퀄컴이 기존 모바일·통신용 칩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으로 확장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AI200과 AI250은 스마트폰용 ‘헥사곤(Hexagon)’ 신경처리장치(NPU)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AI 모델의 학습(training)보다 ‘추론(inference)’ 과정에 최적화됐다.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퀄컴은 새 칩이 운영비용과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사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서버랙은 160킬로와트(kW)의 전력을 소모, AI 가속 카드 한 장은 768GB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 카드보다 높은 수준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나 초대형 데이터센터(하이퍼스케일러)를 주요 고객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듀르가 말라디 퀄컴 데이터센터 및 엣지 부문 총괄은 “우리는 스마트폰 등 다른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뒤, 그 경험을 데이터센터 수준으로 확장한 것”이라며 “대형 고객사는 전체 시스템을 구매하거나 일부 구성 요소만 선택할 수 있는 모듈형 공급 체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90% 이상을 점유하며 독주하고 있고, AMD가 2위로 뒤를 잇고 있다. 퀄컴의 이번 진입으로 엔비디아–AMD–퀄컴 3자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6조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 이 중 상당 부분이 AI 반도체 시스템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퀄컴의 발표 이후 주가는 한때 20% 이상 급등했다가 최종 11% 오른 주당 187.6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퀄컴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휴메인(Humane)과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에 AI 추론용 칩을 공급하기로 파트너십을 체결, 이번 프로젝트는 퀄컴 AI 반도체의 실제 경쟁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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