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내년주요 보험사들이 내년 봄 사외이사 교체 시기를 맞으면서 금융권 ‘양성평등 거버넌스’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법적 요건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대부분 보험사는 여전히 최소 수준의 여성 이사만 두고 있어 실질적 변화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DB손해보험은 내년 3월 기존 사외이사 전원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의 재선임 여부 또는 신규 선임이 필수적이다.
5대 대형 상장 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DB손해보험·삼성화재) 중 삼성생명을 제외한 4개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화생명과 DB손보는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화생명은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DB손보는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학장이 각각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임원 구성과 임금 격차 ‘아쉬운 수준’
2022년부터 시행된 법적 기준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가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될 수 없고, 최소 1명의 여성 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보험사는 법에서 정한 최소 기준인 여성 이사 1명만을 선임하고 있어, 임원 구성에서의 다양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평균 임금 등 실질적 성평등 수준도 여전히 낮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DB손보 여성 직원의 평균 임금은 남성 대비 48.8% 수준으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남성이 임금을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임금은 약 48만8000원 수준인 셈이다. 다만 콜센터 등 일부 직무군의 정규직 전환 사례가 평균 임금에 영향을 준 점을 고려하면, 단순 수치만으로 전체 임금 격차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 전반에서는 사원급에서 관리자급, 임원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과 임금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이는 승진 기회와 보상에서 성별 격차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다수 보험사는 법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만 충족할 뿐 임원 배치와 보상 구조,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 평등을 확보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으로 실질적 성평등 가능할까
이번 사외이사 교체는 단순히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보험업계 조직 문화와 성평등 구조를 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여성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의사결정 참여 범위, 조직 내 영향력 확대 여부가 주주총회 이후 실제로 반영된다면, 단순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 거버넌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교체를 계기로 여성 임원 비율 확대, 임금·보상 체계 개선, 승진 구조 개선 등 실질적 양성평등 정책 강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법적 요건만 충족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 내부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날 때 비로소 금융권 전체의 양성평등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적 요건 충족은 시작에 불과하다. 임원 비율, 승진 구조, 보상 체계 등 실질적 양성평등이 동반돼야 의미 있는 거버넌스로 자리 잡는다”며 “이번 사외이사 교체는 단순 인사 절차가 아니라 조직 전반의 성평등 실효성을 확인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성 이사가 단 한 명뿐이라면 조직 내 의사결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다. 후보 선임 과정에서 전문성, 의사결정 참여 가능성, 조직 내 영향력 강화 여부가 충분히 고려돼야 실질적 거버넌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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