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존폐 위기 놓인 부동산원 주간 동향…폐지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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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존폐 위기 놓인 부동산원 주간 동향…폐지가 답일까

연합뉴스 2025-10-28 09:56: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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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부정확성·투기 조장 이유로 폐지 요구…국토부 "여러 대안 검토중"

13년 만에 폐지 또는 대폭 손질 가능성 커져…"깜깜이 논란, 시장 왜곡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말이면 13년째를 맞는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값 주간 동향 조사가 존폐위기에 놓였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가운데 하나로 부동산원의 주간 동향을 지목한 데 이어 이재명 정부 들어선 시장에 혼란을 준다며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간 동향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도 줄곧 주간 동향의 정확성 논란은 있었지만 표본 증가와 조사방식 개선 등으로 넘어갔다면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주간 동향 논란, 통계만의 잘못일까?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부동산원 주간 동향, 2013년 조사 이래 논란 지속

전 세계에서 아파트값을 주간 단위로 조사해 발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과 집값에 대한 관심이 크고 시세와 매물 정보 제공 환경이 발달한 특성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파트 중심의 주거 형태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총주택 수는 1천987만3천호로, 이 가운데 아파트가 무려 65.3%(1천297만4천호)를 차지한다.

해외의 일반적인 주거 유형인 단독주택은 개별성이 강하고 거래도 드문 반면, 아파트는 면적별로 형태가 표준화돼 있고, 동일 단지의 동일 주택형은 매매 호가나 실거래가가 비슷하게 형성되면서 가격 변동을 조사·공표하는 것이 용이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주간 동향 조사에서 후발 주자다.

부동산원이 주간 동향 조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부동산뱅크, 부동산써브, 닥터아파트, 부동산R114 등 많은 민간 업체들이 중개업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상대로 매주 시세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후 네이버 등 부동산 포털 권력의 거대화로 중개업 프랜차이즈가 쇠퇴하면서 민간 시세조사 업체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과거 한국주택은행 시절부터 시세 조사를 해온 KB국민은행과 부동산R114만 남아 있다.

부동산원은 KB국민은행이 수행해온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넘겨받아 2013년 1월부터 주간 동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집주인 호가 위주로 조사되는 민간 업체의 부정확한 시세가 시장을 교란한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감정평가와 공시가격 조사 산정 업무의 노하우가 있는 부동산원에 조사를 맡겼다.

그러나 부동산원의 시세는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부동산원의 조사 방식이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여서 정확도가 떨어지고, 통계 발표 때마다 언론 보도로 이어져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는 점 등을 문제로 들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통계조작 논란은 신뢰성에 결정타를 날렸다.

당시 부동산원의 주간 동향 및 월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KB나 부동산R114 조사에 비해 크게 낮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정권 차원의 통계 조작으로 규정하며 논란이 확산했다.

당시 집값 통계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와 청와대의 고위 관료들은 재판에 넘겨졌으나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성동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여당, 주간 동향 폐지 요구에 국토부 "여러 대안 검토 중"

다시 정권이 바뀌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지만 주간 동향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부동산원은 통계 조작 논란 이후 통계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2020년까지도 전국 9천400가구에 불과했던 조사 표본 수를 2021년에 3만2천가구로 늘렸고, 현재 3만3천500가구로 확대했다.

부동산원은 현재 시세 조사원이 공시가격을 산정하듯 해당 평형의 매물, 호가, 그리고 실거래가격 등을 직접 조사·판단해 적정 가격을 책정한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염태영 의원이 공동 주최한 '주택가격 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발제자로 나선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와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간 통계가 발표는 빠르지만 때로는 철 지난 시장 상황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문제가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 실거래가 장기간 없는 단지에도 매주 가격을 평가하면서 보수적인 결과가 도출된다, 실거래가 중심으로 통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주간 동향 폐지를 주장했다.

국감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주간 통계가 시장의 과민한 반응을 촉발하는 등 투기를 부추긴다"면서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장 수요와 국민 혼란 방지를 위해 주간 동향을 유지해야 한다"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국토부는 이미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2023년 말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 집값 통계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최근 연구 결과가 제출됐다.

보고서에는 주간 동향을 아예 폐지하거나, 조사는 하되 발표는 하지 않는 방안, 격주 단위로 조사하는 방안, 주간 동향 대체 수단을 만드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주간 동향의 존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주간 동향 폐지를 지적하는 의원 질의에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통계 문제가 가진 폐단을 줄일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답변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폐지는 부담스럽지만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여러 가지 우려가 있기 때문에 몇 가지 대안을 놓고 내부 검토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어떤 식이든 부동산원 주간 동향에 대한 손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의원 질의에 답하는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토위 산하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3 hkmpooh@yna.co.kr(끝)

의원 질의에 답하는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토위 산하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3 hkmpooh@yna.co.kr

◇ "폐지 때 정보 깜깜이…민간 통계에만 의존시 시장 혼란 초래" 우려도

시장에서는 주간 동향 조사의 한계는 인정하지만 부동산원이 발표를 중단할 경우 수요자의 정보를 차단하고, 오히려 민간 통계에만 의존하게 돼 시장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분석하고 전달해야 하는 언론은 부동산원이 시세 발표를 중단하면 별다른 비교 대상도 없이 민간 조사기관인 KB 시세만을 근거로 시장 상황을 보도해야 한다.

문제는 KB 통계는 시중은행의 대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목적이 있는' 시세여서 시장 변곡점에서 부동산원 통계와 차이를 보일 때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2023년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가 지속될 당시 부동산원은 5월 넷째 주 조사부터 상승 전환해 이후 11월 셋째 주까지 오름세가 이어진 반면, KB 시세는 두 달 뒤인 7월 말에 가서야 하락을 멈추고 8월 둘째 주부터 가격이 상승 전환했다.

이에 따라 당시 시장에서는 '집값 바닥' 시점을 두고 논쟁이 뜨거웠다.

당시 시장 동향을 가장 정확히 보여준다는 실거래가지수는 2023년 1월부터 상승으로 전환해 9월까지 상승이 지속됐다. 상대적으로 부동산원의 주간 동향이 '집값 바닥' 시점을 빨리 잡아낸 것이다.

이는 부동산원은 실거래가를 주간 시세에 적극 반영한 데 비해, KB는 1차적으로 시세를 입력하는 중개업소에서 일부 거래 가격이 걸러진 결과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 시세는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액과 직결되는 만큼 급매물 거래 등 시장의 변동성이 나타날 때는 보수적으로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가격 변동이 큰 급매물 거래가를 시세에 모두 반영하면 고객의 대출금액이 주 단위로 달라져 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간 동향이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시장에선 "동시다발적 언론 보도에 매수 심리를 부추길 수는 있지만 의사 결정에 가장 중요한 실거래가 정보가 여러 사이트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제공되는데 이전 거래가와 가격을 비교해 집을 사지, 누가 주간 동향만 보고 매수 여부를 결정하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통계 조사는 하되 발표는 하지 않는 것은 '깜깜이'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조사한 통계를 정부 혼자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오히려 시장에선 최근 주간 동향 폐지 논란을 두고 "정부 출범 후 잦은 규제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통계 발표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격주 동향 발표는 집값 상승기에 상승폭이 2배로 커지는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주간 동향의 조사방식을 실거래가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실거래가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실거래가는 거래가 있는 경우에만 지수가 산출돼 일반적인 '시세'에 비해 변동성이 크고 극심한 거래 절벽 상태에선 가격이 왜곡된다.

또 거래 당사자 간의 사유로 통상적인 시세를 벗어나는 등 비정상적 가격이 섞이는데 이를 짧은 기간에 파악해 골라내긴 어렵다.

무엇보다 실거래가는 거래 신고 기간인 최대 30일의 시차가 발생해 즉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에 실제 거래는 없어도 호가와 시세는 엄연히 존재하는데 거래가 없다고 시세 조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실거래가는 실거래가지수 통계가 있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을 때는 실거래가지수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주간 동향보다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간 동향을 폐지하기보다는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시장에서 주간 통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문제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법을 손질하는 게 맞다"며 "만약 부동산원과 KB, 부동산 R114가 상호 합의해 주간 동향 발표를 중단한다고 해도 새로운 민간 부동산 스타트업들이 생기면서 주간 시세 공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주간 동향 폐지는 정책당국과 협의해서 정리해야 될 사항"이라며 "통계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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