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유영하, 국감 도중 고릴라 그림…국회의원 ‘딴짓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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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유영하, 국감 도중 고릴라 그림…국회의원 ‘딴짓의 추억’

투데이신문 2025-10-28 09:53: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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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자】국민의힘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구 갑)이 국정감사 도중 난데없이 고릴라 그림을 그려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유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흰 종이에 고릴라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당시 유 의원은 노트북으로 한 포털사이트에 ‘고릴라’를 검색한 뒤 나온 여러 개의 고릴라 사진 중 캐리커처 그림을 따라 그대로 그렸다. 그는 연필을 바꿔가며 정성스럽게 색칠까지 했습니다.

SNS(소셜미디어)에선 “국정감사가 장난도 아니고 다른 사람 질의, 답변 도중 고릴라를 그릴 만큼 유영하에게 국정은 한가한가” “도대체 왜 고릴라를 그렸는지 정말 궁금하다” 등의 의문을 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유 의원이 왜 고릴라 그림을 그렸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림을 그린 이유를 묻는 여러 매체에 “미안합니다” “별 다른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이날 유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실패했다며 “국민은 공급을 늘려달라는데 정부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겉으론 공급 확대를 외치지만 공급을 막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고릴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고릴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의 질의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나 권력이 ‘고릴라’처럼 포악하고 거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일종의 상징 표현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릴라는 힘이 세고 크지만 섬세하지 않은 존재의 상징이다. 만약 유 의원이 부동산 대책을 ‘고릴라 같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힘은 쓰지만 정교함이 결여된 정책 즉 ‘공급 구조를 망가뜨리는 무식한 힘의 행정’을 풍자한 행위일 수도 있는 것 같다”라고 유추했습니다. 

고릴라 그림 하나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유영하 의원이 그 소중한 국감 시간에 고릴라 그림 ‘딴짓’을 한 것처럼 필자도 소중한 지면에 잠시 딴짓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고릴라 그림의 상징 유추를 이어가겠습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정부의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을 ‘힘만 센 고릴라의 오판’으로 시각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국감 무용론입니다. 아무리 국감에서 질의해봐야 정부 정책에 반영도 되지 않으니 고릴라 그림이나 그리면서 놀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고릴라’라는 힘만 센 동물을 그려 국감이라는 제도의 무력함을 풍자하는 퍼포먼스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 자체가 국감의 ‘희화화’를 조롱하는 일종의 저항 퍼포먼스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아니면, 유 의원이 정말 심심해서 검색을 하다가 고릴라를 우연히 발견해 아무 생각없이 그렸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의원들의 국감 장면은 뒤쪽 카메라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상황인데 유 의원이 그것을 모르고 고릴라 그림을 태연하게 그렸을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뭔가 국감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려 카메라에 노출시켰을 수도 있겠네요.

이러나 저러나 쓰고 보니 싱거운 이야기만 나오네요. 이유야 어찌됐든 국감은, 국회의원이나 피감기관이나 소중한 시간과 국민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한 해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감시 행위입니다. 때로는 정쟁으로만 흘러 무용론도 제기되지만 국감이라는 제도적 장치마저 없다면 그야말로 제멋대로 국정운영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11월 당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국감 도중 비키니 사진을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2016년 11월 당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국감 도중 비키니 사진을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가끔 자신의 책무와 의무를 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들켜도 좋으니 딴짓이나 하며 놀자는 대범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지난 2014년 한 국감장에서, 지금은 작고한 한 전직 국회의원이 국감 도중 손톱을 손질하는 모습이 포착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국감 중 휴대폰으로 비키니 사진을 보고 있다가 들켜 망신을 당했습니다. 본인은 “기사를 검색하다 잘못 눌렀다”고 했지만 그의 실수를 너그럽게 눈감아주는 국민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국감 도중 회고록을 쓰거나 오피스텔 매물을 검색하는 국회의원들도 있었습니다. 휴게실에서 바둑을 시청하거나 아예 소설책을 읽거나 낮잠까지 자는 의원들도 있었고요. 다른 의원이 질의할 때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긴 의원은 그래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것일까요.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진행되는 총체적 국가 점검 시간에 딴짓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불성실을 넘어 일종의 ‘직무유기’ 행위입니다. 국회의원은 엄밀히 말해 ‘공무원’ 신분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 의미의 직무유기죄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엄한 고릴라 ‘의문의 1패’ 사실은 ‘평화주의자’ 

그러나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공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책무유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책 질의가 실종되고 고성에 험담, 욕설, 몸싸움만 오가는 국감장에서 국회의원들이 정신 차리고 국정 감시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옵니다. 

결론으로 가겠습니다. 유영하 때문에 엄한 고릴라가 ‘의문의 1패’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고릴라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 동물입니다.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고릴라는 포악하기보다 놀라울 만큼 온순하고 공동체적인 동물입니다.

야생의 고릴라는 싸움을 피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무리를 지켜야 할 때가 아니면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대부분 식물이나 과일을 먹는 초식성 동물입니다. 또한 고릴라 무리는 한 마리의수컷이 전체를 이끄는데 그 관계는 폭력적이라기보다 보호자적이라고 합니다.

고릴라는 새끼를 품고 3~4년간 거의 떨어지지 않고 돌보며 어린 고릴라들은 형제처럼 함께 놀기도 합니다. 이런 헌신적 돌봄과 유대감 때문에 생태학자들은 고릴라를 ‘정글의 평화주의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또한 고릴라들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가슴을 두드리는 행동도 사실은 싸움의 예고가 아니라 “그만하자”는 경고라고 합니다. 유영하의 ‘그림 퍼포먼스’가 ‘이제 싸움 그만하자’는 정쟁중단 선언의 간절한 표현이기를 바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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