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글로벌 기관들은 이를 ‘적절히 규제된 금융 혁신의 기회’로 평가하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은이 제시한 스테이블코인 도입 위험은 '규제 부재' 상황을 전제로 한 우려이며 적절한 제도적 장치만 갖춘다면 스테이블코인이 오히려 금융시스템의 효율성과 포용성을 높일 수 있다.
한은은 27일 공개한 141쪽 분량의 보고서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혁신 잠재력은 있지만 통화 및 금융시스템에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7가지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한은이 첫 번째로 지적한 디페깅 위험에 대해 미국 연준의 마이클 바 부의장은 지난 16일 "엄격한 준비자산 제한이 핵심 해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GENIUS Act가 준비자산을 유동성 높은 자산으로 제한한 것은 중요한 개선"이라며 "적절한 규제로 안정적인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써클이 발행하는 USDC는 90%를 단기 국채나 RP로, 나머지를 현금으로 보유하며 월별 감사를 받는다. 맥킨지는 "이런 구조가 상환을 보장해 안정성을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시카고대 분석에 따르면 USDC와 USDT는 2023년 SVB 파산 당시 일시 디페깅을 겪었지만 투명한 공개로 빠르게 회복했다. BIS는 "빈번한 공개와 긴 안정성 이력이 페그(고정)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한은이 두 번째로 제시한 코인런 위험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연방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머니마켓펀드와 유사한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현상을 보이며, 2023년 SVB 사태 당시 위험도가 높은 스테이블코인에서 더 안전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이는 "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아닌 시장 내 재편성"이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 위험인 소비자 보호 공백 문제에 대해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EU는 지난해 12월부터 전면 시행된 MiCA(암호자산시장규제) 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 1대1 비율의 유동자산 준비금 보유를 의무화했다. 미국도 GENIUS Act를 통해 1대1 준비금, 상환권, 공시 의무를 명시했다.
네 번째 위험인 금산분리 원칙 훼손에 대해 미국은 오히려 한은보다 더 엄격한 입장이다.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세계적 권위의 독립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규제당국이 상장 비금융 기업의 발행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는 경제력 집중과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홍콩도 지난 8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시행하며 엄격한 발행사 요건을 설정했다. 리드스미스 법률사무소는 "홍콩 규제는 엄격한 요건으로 발행사를 제한하며 시장의 강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섯 번째 규제 우회와 자본유출 위험에 대해 바 부의장은 "AI와 같은 신기술은 패턴에서 벗어난 이상 거래를 식별하는 데 적합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불필요한 신고 건수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ISO 20022 같은 국제 표준을 활용하면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지갑의 신원 토큰으로 고객 확인 절차를 충족하고, 스마트 계약으로 문제 있는 지갑을 즉시 동결하는 등 기술적 해결책이 이미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체이널리시스, 엘립틱, TRM랩스 같은 블록체인 기업들은 실시간 거래 감시, 지갑 귀속, 자금세탁방지(AML) 스크리닝 도구를 규제당국과 금융기관에 제공한다. 맥킨지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블록체인을 실험적 환경에서 주류 결제 사용 사례를 지원할 수 있는 더 강력한 금융 인프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여섯 번째 통화정책 효과 약화 우려에 대해 IMF는 보다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IMF는 지난 9월 발표한 'Finance & Development' 특집호에서 런던비즈니스스쿨 엘렌 레이 교수 논문을 인용하며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채택이 거시경제적, 지정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긍정적 측면으로는 더 빠르고 저렴한 국경 간 결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일곱 번째 금융중개 기능 약화 우려에 대해 바 부의장은 '토큰화 예금'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토큰화 예금의 장점은 이미 오랫동안 검증된 은행 규제 시스템 안에 있다는 것"이라며 "은행들은 그 규모와 복잡성에 맞는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받는다. 여기에 예금자보호제도까지 더해져 고객들이 맡긴 예금을 언제든 전액 찾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준다"고 설명했다.
JPM코인이 기관 고객 간 실시간 온체인 결제를 위해 토큰화 은행 예금을 사용하며 일일 10억달러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캔톤 네트워크에는 씨티은행, 골드만삭스, UBS 등이 참여해 토큰화 예금과 현금을 실험하고 있다.
맥킨지는 "은행 발행 토큰화 예금은 고객 예금을 1대1로 토큰화한 것으로, 허가형 블록체인에서 기관 간 실시간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IMF는 "스테이블코인과 금융 혁신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소비자 보호와 명확한 규제를 통해 위험과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는 "올해는 주류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PwC도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 혁신의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며 적극 준비를 권고했다.
안유화 중국 증권행정연구원장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통화주권과 직결된 전략적 과제로 보고 있으며, 한국이 신중함을 넘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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