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고립과 연결 사이에 놓인 현대인의 모순 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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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고립과 연결 사이에 놓인 현대인의 모순 그렸죠"

연합뉴스 2025-10-28 08:00: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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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소설집 '노 피플 존'…"늘 '지금, 여기'에 대해 쓰겠다"

'노 피플 존' 펴낸 정이현 작가 '노 피플 존' 펴낸 정이현 작가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방 안에 혼자 있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바깥의 세상과 연결돼 있으면 혼자가 아닌 듯 느껴지지만, 결국 혼자였음을 깨닫는 순간이 오죠. 그러면 더 큰 피로와 고독감이 찾아옵니다. 현대의 인간은 고립과 연결 사이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 같아요."

현대인의 감수성을 포착하는 소설을 발표해온 정이현(53)이 소설집 '노 피플 존'(문학동네)으로 돌아왔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한 아홉 개 단편을 엮은 책으로, 2016년 펴낸 '상냥한 폭력의 시대' 이후 9년 만의 소설집이다.

소설집의 제목은 수록작 '단 하나의 아이'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혼자만의 영역 '노 피플 존'을 바라던 20대 초반의 한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어린아이 하유의 가정교사가 되면서 뜻밖에 하유를 깊이 염려하고 신경 쓰게 된다. 이 같은 양가적 감정은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다.

정이현은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혼자가 될까 불안한 감정은 특별한 게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껴본 적 있는 아주 보편적인 이 시대의 것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또 "그런 감정의 이유를 명확히 알 순 없지만, 연결의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SNS 등으로 어떤 때보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지만, 그 연결이 반드시 긴밀하거나 현실적인 것은 아니고 때론 피상적인 연결에 불과하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소설집에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 데이트폭력, 부동산, 사교육 등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편이 여럿 수록됐다. 현대 사회의 모습을 포착해 많은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정이현다운 소설들이다.

'우리가 떠난 해변에'는 방송작가들이 과거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인이 된 이들을 취재하는 이야기다. '가속 궤도'는 소진이 강사로 일하는 학원 블로그에 의미심장한 악성 댓글이 게재되면서 과거 데이트 폭력 피해를 본 악몽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담았다. '사는 사람'은 아파트 임장(현장 답사)이 취미인 학원 상담 실장 다미가 한 학생에게서 시험지를 미리 빼돌려달라고 청탁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이현은 "저의 소설적 관심은 제가 사는 바로 이곳을 향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제가 발을 딛고 선 현실이 아닌 곳에서 출발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이현은 "사회적인 이슈를 의도적으로 소재로 다루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제가 관심을 가진 것은 현재 이 공간을 저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 연결과 단절 같은 것들이고, 그런 것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현실적 문제에 닿게 된다"고 덧붙였다.

2002년 등단한 정이현은 대도시 서울에서의 삶과 사랑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첫 장편 '달콤한 나의 도시'(2006)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호평받았다. 이후로도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지만, 2018년 중편소설 '알지 못하는 신들에게' 이후 소설을 출간하지 않고 있다.

정이현 소설가 정이현 소설가

[연합뉴스보도자료]

정이현은 "최근 소설을 한동안 출간하지 않은 탓에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며 "멈추지 않고 소설을 쓰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설명했다.

정이현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장편을 잘 마무리해 내년에는 꼭 출간할 예정"이라며 "사회파 추리소설로 시작한 이야기인데 쓰다 보니 자본과 감정과 욕망이 얽힌 이 험한 시대에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애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되었다"고 귀띔했다.

"기회가 있을 때면 종종 해왔던 말이지만, 저는 늘 '지금 여기'에 대해 쓰는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언제나 제 관심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열망과 결핍, 일상과 불안이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는지 또 그 너머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피는 것입니다. 이제 차근차근 현재를 관찰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얼굴과 풍경들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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