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몰아친 이른 추위로 인해 국내 패션업계가 모처럼 분주하다.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량 패딩 등 동절기 제품 출시를 평년대비 앞당기는가 하면, 새로운 라인업을 만드는 등 맞춤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간 따뜻한 겨울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패션업계가 4분기엔 ‘절치부심’ 반등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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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톰보이’는 이달 초 경량 패딩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주가량 앞선 일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초가을 기온이 평년대비 빨리 내려갈 것으로 예상, 경량 다운의 수요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미 지난달 초 물류센터에 입고까지 완료, 이른 추위에 대비해 왔다.
의류 제품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론 제품 발주, 생산, 입고까지는 4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긴 시간인 만큼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선제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적기에 제품 판매를 끌어올리기 힘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평년대비 한 달 먼저 생산을 시작해 출고 체계를 마침으로써 이른 추위에 적기 대응할 수 있었단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와 온라인 검색 트렌드, 기존 연간 주문 및 판매 데이터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제품 출고와 판매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체 F&F(383220)도 자사가 전개하는 브랜드 ‘MLB’를 통해 올 겨울 경량 패딩 ‘커브패딩’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선보였다. F&F의 또 다른 브랜드 ‘듀베티카’는 전년대비 패딩 라인업을 한층 강화함과 동시에 출시 시기도 앞당겼다. 간절기부터 겨울까지 활용하기 편한 경량 다운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다.
LF(093050)의 ‘리복’도 올해 처음으로 경량 패딩 제품을 출시하는 등 이른 추위에 선제 대응한 모습이다.
그간 국내 패션업계는 업황 부진에 속을 끓여왔다. 패션업계에선 하반기 중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겨울(FW) 시즌이 주요 성수기로 꼽히는데, 지난해만 해도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에 급작스런 12·3 비상계엄 사태, 따뜻한 날씨까지 겹치면서 단가가 높은 패딩, 아우터 등의 판매가 저조해서다.
올 3분기 패션업체들의 실적도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섬(020000)의 올 3분기 매출은 315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28%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26.4% 감소한 4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F&F도 3분기 매출 469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0%, 영업이익은 1145억원으로 5.7% 늘 것으로 예측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전년대비 6.4% 증가한 3150억원의 매출, 영업이익 36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업계는 4분기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각종 분석을 통해 이른 추위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 쏟아지는 구매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추위가 일정 기간 더 이어진다면 패션업계의 매출도 큰 폭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추석 연휴 기간 주요 백화점, 아울렛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도 매출 신장률 30%대가 나오는 등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 겨울에는 큰 기온 변화와 강추위가 예상돼 기본적인 패딩류에 더해 겹쳐입기(레이어링) 제품들의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기후 패턴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패션업계에서도 생산 전략 자체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기존처럼 소량으로 적기 대응하는 방식의 생산체계를 강화하고 있고, 관련 예측 데이터 분석 등 업계의 기술력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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