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산재 예방과 생산성 향상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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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산재 예방과 생산성 향상의 교차점

이데일리 2025-10-28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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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재 을지대 대학원 안전보건시스템학과 교수] 지난여름 미국 뉴욕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 뉴욕 센트럴파크의 명물인 관광마차를 끌던 말 ‘레이디’가 쓰러져 숨졌다. 폭염 속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고강도 노동을 하다 일어난 일이었다. 레이디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안전한가. 아침잠을 깨워주고 업무 일정을 알려주며 일할 때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바일 업무 환경은 퇴근 후에도 자유로운 휴식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 24시간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부담으로 피로가 일상화한 사회다. 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챙기기 위한 쉼이 필요하다.



최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노동환경의 변화로 노동시간의 단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실노동시간 단축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9월 국무회의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 의결되자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했다. 법제처도 ‘실노동시간 단축지원법’(가칭)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련법의 제정을 통해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인건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2004년 7월 주 5일제가 시행된 지 21년 만에 주 4.5일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주 4.5일제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다. 일하는 사람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생활의 균형,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파가 있는 반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 그리고 업종별 격차 심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도 업종이나 직종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무직군에선 찬성이 우세하고 사용자 측은 반대가 강하다. 그러나 생산직군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과 생활의 균형도 필요하지만 수입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859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 1717시간보다 142시간이 더 많았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으로 높은 산업재해 발생으로 이어진다. 지난 한 해 동안 2098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출근한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짧은 독일·영국·일본 등의 국가에 비해 산재 사망률이 3~5배나 높은 수준이다.

안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은 만성적인 피로를 유발해 개인의 정신건강과 안전 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조직도 피로도가 높아져 생산성 하락을 가져온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특성별 산업재해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 미만인 사업체의 평균 산업재해율은 0.10%였지만 52시간 이상인 사업체의 평균 산업재해율은 0.48%로 평균 4.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취약 근로자 보호를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심야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에게 육체적 건강문제 발생 위험을 최대 2.3배, 정신적 건강문제 발생 위험은 최대 1.9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안전협회(NSC)가 발표한 ‘피로가 노동자 삶의 질과 업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 원인 중 10% 이상이 노동자의 피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의 노동시간이 긴 이유를 살펴보면 노동자는 소득보전을 위해 초과근로수당을 선호하고 사용자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신규채용을 꺼리고 초과근로를 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감소와 비용부담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주 4.5일제는 AI 시대 노동환경 변화가 초래한 세계적인 흐름이다. 과거 양적 성장시대에 강조하던 ‘얼마나 많이’(How much)가 아닌 ‘어떻게’(How)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노력이 함께할 때 산업재해예방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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