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차규근 의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운용이 현대로템의 수출 지원 기금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정부가 승인하기도 전에 외국 정부가 대통령령을 개정하고, 차관 한도와 조건을 미리 명시한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사전 교감 없었다면 불가능
차 의원은 우즈베키스탄 철도차량 EDCF 사업을 예로 들어 “우즈벡 정부가 2023년 10월 대통령령을 개정해 현대로템과의 고속철 사업을 확정 발표했을 때, 우리 정부는 아직 차관 신청조차 받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차관 지원 요청서는 2024년 4월 26일 외교부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전달됐고, 정부가 지원 방침을 승인한 것은 6월 4일이었다”며 “이 시차를 고려하면, 현대로템이 정부 승인 전부터 우즈벡 정부와 EDCF 지원을 전제로 물밑 교섭을 벌인 정황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특히 “우즈벡 정부가 발표한 차관 한도와 우리 정부가 승인한 금액이 정확히 일치하고, 금리 0.05%, 상환기간 40년이라는 조건까지 동일하다”며 “정부와 기업 간 사전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가 승인 전에 수원국이 대통령령을 바꿔 사업을 발표하고, 그 내용이 정부 승인 조건과 정확히 일치한다면, 이는 정상적인 ODA(공적개발원조)가 아니라 ‘맞춤형 수출 보조금’이다”라고 강조했다.
▲“EDCF, 관치성 수출기금으로 변질”
차 의원은 “EDCF는 원래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을 돕는 공적원조 자금이지만, 지금은 특정 대기업의 수출 실적을 위한 관치성 수출기금으로 전락했다”고 직격했다.
그는 “정부는 수출 실적을 늘렸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국가 보증을 등에 업은 특정 기업 지원 구조”라며 “국제사회에서 ODA 신뢰를 잃으면, 한국의 개발협력 전체가 의심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로템은 최근 몇 년간 하도급법 위반으로 과징금 부과, 담합 적발, 산재 발생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기업이 ODA 사업을 독점하듯 수주하는 현실은 정부의 ‘ESG 원칙’과 정면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하도급 불공정·산재 발생 기업은 일정 기간 EDCF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은, 책임 회피로 일관… 사후통제 기능 상실
안종혁 수출입은행 직무대행은 차 의원의 질의에 대해 “현대로템이 과징금 제재로 입찰 제한 기간 중이며, 제재는 오는 11월 종료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차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수출입은행은 EDCF 집행기관으로서 사업 적정성, 공정성, 국제기준 부합 여부를 심사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사전·사후 통제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은행이 ‘발주처와 사업자 간 계약 문제’라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명백한 직무 회피”라고 질타했다.
이어 “은행은 공적 자금을 다루는 기관이지, 특정 기업의 수출을 성사시키는 로비 창구가 아니다. ‘관치금융의 잔재’를 공적개발협력(ODA) 영역으로까지 확대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현실은 하도급 착취·산재 반복
현대로템이 보도자료를 통해 “국산화율 90%를 기반으로 중소 협력사와 함께 생태계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차 의원은 “생태계 발전이 아니라 하도급 착취의 구조적 반복”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로템은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과징금을 받았고, 부품 도면을 요구하며 기술 탈취 논란까지 있었다”며 “정부가 이런 기업에 공적개발자금을 몰아주는 것은 ESG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질의 말미에 “EDCF는 본래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공적자금이지, 국내 대기업의 수출 보조금이 아니다”며 “정부와 수출입은행은 EDCF의 설계 목적을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된 EDCF는 단지 ‘정부 보증 수출기금’으로 전락할 뿐이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개발원조 신뢰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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