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수출입은행(수은)의 무책임한 주주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항공우주(KAI)의 환헤지 손실 사태로 2202억원이 증발했는데도, 수출입은행은 ‘검토한 적 없다’며 사실상 대주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수은, 오전엔 몰랐다·오후엔 모니터링 중… 허위보고 드러나
오기형 의원은 “KAI가 스스로 언론에 ‘환헤지 미이행으로 대규모 손실이 났다’고 밝혔고, 여러 방송에서도 이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대주주로서의 관리 책임 방기”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재산의 일부인 KAI 지분을 관리해야 할 주체가 수출입은행인데, 스스로도 손실 규모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의원은 특히 “수출입은행은 KAI의 1대 주주로서 이사회 감시·감독권을 갖고 있음에도, 이사회의 책임 추궁이나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결국 수출입은행이 대주주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오기형 의원은 또 수출입은행의 국회 허위보고를 문제 삼았다. 그는 “오전 질의에서 ‘모니터링한 적 없다’던 수출입은행이 오후에 돌연 ‘철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국회에서 말을 바꾸는 건 허위보고이자 국민 기만 행위”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런 식의 책임 회피성 답변은 관료적 무감증의 전형”이라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국가재산이 달려 있다. 보고 태도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KAI, 환헤지 미이행 손실=지배구조 부실이 본질
오기형 의원은 “2022년 KAI의 환헤지 미이행으로 발생한 2202억원 손실은 단순한 외환변동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의 심각한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입은행이 ‘수출기업은 환손실이 다반사’라며 방관한 것은 대주주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며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보유한 지분이라면, 민간보다 더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혁 수출입은행 직무대행은 “기업의 환손익은 흔한 일이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관리 부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그것이 바로 관리 실패를 인정한 고백”이라며 “대주주라면 즉시 손실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국가 핵심 방산 자산이 방치되고 있다
오 의원은 “KAI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대표 기업이자 수출 전략 산업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 핵심 자산이 환헤지 실패로 2000억여원이 증발하는 동안, 수출입은행은 사후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장은 사퇴하고, 이사회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1대 주주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이게 바로 공공기관의 무책임 행정이고, 방산 주권 관리 실패”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안 직무대행은 “향후 대주주로서의 권한 행사를 법무실 및 외부 로펌 자문을 통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오기형 의원은 “국책은행이 자기가 가진 법적 권한조차 외부 자문에 의존한다면, 그 자체가 관리 기능의 부재를 의미한다”며 “이제는 내부의 법률 판단 능력조차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의 지적은 단순한 회계 오류를 넘어, 수출입은행의 제도적 무기력과 주주권 실종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대주주로서의 감시 의무를 방기한 수출입은행은 대한민국 방산 자산의 관리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감사원 감사로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