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토요일 서울 남산공원,
맑은 하늘 아래 '다(多) 함께 걷는 우리'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국적과 언어, 나이를 넘어 모두가 한 길을 향해 나섰죠.
일본, 캄보디아, 콩고, 베트남, 한국. 이날 남산은 그야말로 세계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서로의 언어로 "함께 걷자"는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도르카스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오늘 처음 남산을 걸어요. 아이가 즐거워서 행복합니다."
난민에서 이제는 한국 사회를 돕는 활동가가 된 그녀의 발걸음은 특별했습니다.
"너무 예쁘지 않아?"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중국 출신 전예동 씨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옆에서 친구는 "우리 치파오(중국 전통의상)도 아름답죠!"라며 장난스럽게 답했죠.
붉은 곤룡포를 입은 청년은 웃으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 전통복식도 세계 속 하나의 문화로 보였으면 합니다." 그를 바라보던 외국인 아이들은 왕을 만난 듯 손뼉을 쳤죠.
젊은 참가자들도 K-POP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남산을 직접 찾은 설렘에 들떴습니다.
"화면 속이 아니라, 진짜 남산이네요!"
그들의 말에는 문화가 연결되는 새로운 세대의 감각이 담겨 있었습니다.
응원 문구가 걸린 남산 길목마다 웃음이 피어났습니다.
피로 대신, 서로를 격려하는 말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종착지 팔각정에선 가을 햇살이 노을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다문화 공연단의 노래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은 "다문화인은 이미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입니다. 함께 걷는 이 발걸음이 희망의 행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수용성 지수는 꾸준히 상승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류 행동 의지'는 낮은 편이죠.
이날의 발걸음은 거리를 좁히는 첫걸음이었을지 모릅니다.
언젠가 '다문화'라는 말이 굳이 필요 없는 날이 올까요. 그날을 향해 걷는 발걸음은 오늘도 남산 위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김종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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