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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애초 구상했던 동남권투자공사를 권역별 투자공사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발표한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을 5극(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호남권, 동남권)과 3극(강원, 전북, 제주)으로 나눠 유기적 연계와 성장을 목표로 각 지역에 지역투자공사를 설립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대신 동남권투자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법안 검토 과정에서 ‘투자은행’ 형태로 설립하면 금융관계법령에 따른 규제를 적용받아 기관 운영과 업무 수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동남권에만 정책금융기관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충청권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공공행정, 첨단산업이 집약된 지역으로 충청권 지방은행도 없는 상황에 정책자금 지원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충청권에도 투자공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충청권산업투자공사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해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동남권투자공사는 산은의 자회사 형태로 설립할 전망이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희가 (동남권투자공사에) 자본금을 많이 출자하다 보니 (자회사) 형태가 될 것이다”며 “투자금융 역량을 지역 산업 현장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은 권역별 투자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은 윤 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였던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의제를 지속 제기하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 지역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은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대신 투자은행 설립을 약속했지만 얼마 전 국무회의서 투자은행도 아닌 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동남권투자은행 설립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 부산 본점 부산 이전과 동남권 투자공사 중 무엇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경제에 좋은가”라며 “산업은행 본사가 온다고 해서 산업은행이 부울경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는 없다. 근무 인력이 늘어난다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민 의원은 “지역에 맞춤형 집중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남권투자공사를 만들자는 것이고 인력도 동남권에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현재 산은 본사 이전이 골자인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과 동남권투자은행 설치법 제정안은 모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대신 꺼낸 ‘대체 카드’마저 제 기능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는 모양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상징적 금융정책이 정치적 공방 속에 휘말리며, 정책 추진 동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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