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교통 지도가 완전히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총연장 38.8㎞에 놓일 45개 정거장의 이름을 확정하면서 도시의 흐름이 다시 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축지구에서 진잠네거리까지 다섯 자치구를 관통하는 순환선은 산업과 행정, 문화와 주거가 하나의 궤도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시 축으로 대전의 균형 발전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된다.
◆산업벨트와 원도심
노선의 시작은 대덕구 연축역(대덕구청·K-water)이다. 북부 산업벨트를 지나 오정과 중리, 대전산단으로 이어지며 도시의 산업 축을 형성한다. 이어 법동과 비래동을 거쳐 동구 신흥으로 진입하면서 도시의 결이 한층 달라진다. 신흥·대동·인동·중앙시장·대전역·삼성·판암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전통시장과 원도심의 향수를 품은 생활권으로 오래된 거리와 골목의 풍경 속에 도시의 기억이 살아 있다. 이 구간을 따라 흐르는 트램의 궤도는 단순한 교통망을 넘어 쇠퇴한 구도심을 되살리는 도시 재생의 축으로 의미를 갖는다.
중구 구간은 오류에서 시작해 서대전역과 문화·유천·태평·도마로 이어진다. 철도와 주거, 상권이 교차하는 지역답게 대전의 일상적인 삶의 리듬이 가장 밀도 있게 흐르는 곳이다. 특히 서대전역은 충청권 광역철도와의 환승 거점으로 대전의 내부 순환망과 외부 광역망이 만나는 결절점이 된다. 이곳을 중심으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며 대전은 명실상부한 중부권 교통 허브로 거듭난다.
◆행정과 과학 중심 신도심
서구 구간에 들어서면 도시의 결이 다시 변한다. 탄방과 둔산·정부청사·만년·국립중앙과학관·도안(목원대)·괴정·관저(건양대병원)로 이어지는 구간은 행정과 과학, 교육과 의료가 한데 모인 대전의 핵심 기능축이다. 특히 정부청사와 과학관 일대는 도시의 중심기능이 밀집한 지역으로 트램 개통 이후 상권과 인구 유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도안과 관저·괴정으로 이어지는 신도심권은 주거와 교육이 결합된 복합생활지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유성구 구간에 이르면 도시의 풍경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원신흥과 봉명·유성온천·궁동·봉명사거리·진잠네거리로 이어지는 남부권 노선은 대학가와 온천, 주거단지가 어우러진 생활의 공간이다. 특히 유성온천역은 충청권 광역철도와 맞물리며 대전을 밖으로 확장시키는 관문이 된다. 이 지점에서 대전의 원형 순환망은 충청권 외곽으로 이어지며 도시와 광역이 맞닿는 구조적 연결을 완성한다.
◆과거-현재-미래 잇는 균형발전
도시철도 2호선은 1호선의 남북축을 감싸며 유성에서 서구·중구·동구·대덕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유성으로 돌아오는 원형 노선이다. 도시의 공간 구조를 새롭게 재편하면서 사람의 이동이 곧 상권의 흐름을 만들고 생활권이 서로 맞닿으며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정거장 명칭에는 도시의 얼굴이 담겼다. 산업의 현장을 상징하는 대전산단, 생활의 중심을 품은 중앙시장, 행정의 상징 정부청사, 과학의 요람 중앙과학관,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유천과 관저까지 45개의 이름은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궤도로 이어주는 대전의 지도이자 기억의 선이다.
◆기후위기 선제 대응
2호선은 무가선 수소트램으로 운행된다. 지난해 대전시는 2934억 원 규모의 차량 제작 계약을 현대로템과 체결하고 순수 국내 기술로 트램을 제작 중이다.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주요 부품의 기술 개발과 성능평가, 5000㎞ 실증 운행까지 마쳤다. 대전 수소트램은 공기 중 산소와 수소의 화학 반응으로 생성된 전기를 사용해 모터를 구동하며 한 번 충전으로 200㎞ 이상을 달린다. 회전 가능한 최신 대차 기술이 적용돼 궤도와의 마찰 소음을 줄이고 주행 안정성도 높였다. 무가선 수소트램은 주행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전선이 없어 도심 경관 훼손도 최소화된다. 시는 1호선과 BRT, 충청권 광역철도 등과 연계한 환승체계를 구축해 환승도시 대전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축·서대전·유성온천역 등 주요 거점에서는 세종·계룡·공주·논산 등 인근 도시로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
◆시선은 2028년으로
시는 이번 정거장 명칭 확정을 끝으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정거장 착공을 앞두고 있다. 트램 개통 목표는 2028년 12월이다. 38.8㎞의 순환선이 완성되면 대전은 더 이상 지나는 도시가 아니다. 트램이 도심을 따라 한 바퀴 돌며 사람과 기억을 이어줄 때 대전은 스스로의 시간을 되찾고 머무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최종수 도시철도건설국장은 “정거장 명칭 고시는 트램 노선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개통 전 시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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