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회 국정감사에서 근로감독관 처우 개선, 부당노동행위 미처벌 문제, 대유위니아 임금체불 사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며 노동 행정 전반의 구조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유관기관, 산하 위원회, 지방고용노동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주요 피감기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및 지방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등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근로감독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 부당노동행위 미처벌, 대유위니아의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법인 명의를 이용해 임금체불 문제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유위니아 박영우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여야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및 적용범위 확대, 정년 연장 등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감독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책 마련 시급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노동부 손필훈 기획조정실장을 상대로 근로감독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내부 불만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근로감독관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제시하며 “근로감독관들은 업무는 과중하고 승진은 어렵고 보수는 낮다”며 이로 인해 신규 임용자들이 대거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올해 노동부에 배치된 신규 9급 공무원 249명 중 61명이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근로감독관을 경력 3년 미만 직원에게 맡기는 것은 문제”라며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인력이 맡아야 한다. 노동경찰이라 이름만 붙일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을 운영 중인 경찰청과 협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근로감독관의 과도한 업무 부담, 낮은 처우, 불투명한 승진 구조를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 손꼽으며 근로감독관의 처우 개선, 전문성 강화, 타 기관과의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대책 마련을 노동부에 요청했다.
이에 손 실장은 “근로감독관 문제는 노동부 내부에서도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헌정질서 위한 노동3권...부당노동행위 처리 현황은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손 실장에게 부당노동행위가 범죄인지 묻고 확답을 받은 뒤 발언을 시작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제도임에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거의 처벌되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이 최근 노동부·중앙노동위원회·검찰청·대법원 등에서 제출받은 ‘2021~2025년 부당노동행위 및 노조법 위반 사건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검찰에서 기소로 이어질 확률은 7%에 불과했고, 실형 선고는 사실상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노동부 통계에서도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처리된 부당노동행위 사건 2751건 중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건은 297건(10.8%)뿐이었다. 나머지 89.2%는 ‘불기소의견’(45.2%) 또는 ‘행정종결’(44%)로 마무리됐다.
정 의원은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문제처럼, 부당노동행위 측면에서도 똑같은 행정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임금체불은 먹고 사는 문제, 산업재해는 죽고 사는 문제, 부당행위는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문제다.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대기업을 모아서 관련 청문회를 열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손 실장은 정 의원의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서 아낀 비용보다 부당노동행위 적발시 지출하는 대가가 더 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게 된다면)법 준수 의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야, ‘임금체불’ 대유위니아 박영우 회장에 일제히 질타
이날 오전과 오후 전반에 걸쳐 대규모 임금체불 혐의를 받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대유위니아그룹 박영우 회장은 체불임금 청산 계획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짧은 답변만 반복했다.
대유위니아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기준 그룹 내 노동자 1700여명은 임금·퇴직금 약 800억원을 받지 못했다. 박 회장은 738명에게 398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대유위니아의 대규모 임금체불은 가전업체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장기적 경영악화와 자금경색으로 발생했으며, 오너 일가가 자산을 이전하거나 부실 법인만 파산시켜 체불임금 지급 의무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유위니아가 2023년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시점에도 이미 임금체불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8월 기준 대유위니아의 전체 체불임금은 1630억원, 미청산액은 1268억원에 달한다. 노동부는 대지급금 제도를 통해 136억원을 대신 지급했으나 회수액은 6400만 원(회수율 0.47%)에 불과하다.
이에 국민의힘 김위상 위원은 박 회장에 대해 법인 명의를 악용해 정부의 ‘대지급금 제도’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대지급금’은 사업주가 도산하거나 임금을 장기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이후 사업주에게 해당 금액을 청구하는 제도다. 그러나 경영진이 고의로 법인을 파산시키거나 자산을 은닉한 뒤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할 경우, 실질적 책임자는 처벌을 피한 채 국민 세금으로 임금이 메워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김 의원은 임금채권보장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대유위니아나 큐텐그룹 사태와 같은 대규모 체불 사건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공익성을 고려할 때 분명히 소급 적용(새로 만들어진 법안에 대한 효력을 과거의 사건에까지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이현옥 노동정책실장은 이에 “체불 책임이 있는 과점주주에게 청산의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면 임금체불 예방 및 청산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지금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과점주주에게도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임금체불 청산 책임은 법인에만 있었으나 앞으로는 실질적 경영 책임이 있는 개인 주주에게도 부담을 지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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