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방식을 놓고 한미간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으나 안보 현안과 관련한 논의는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한미 간 협상은 안보와 경제 두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으며, 안보 분야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안보 분야에서는 대체로 문서 작업도 돼 있다"며 협상이 원활하다고 밝혔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함에 따라 주한미군의 질적 성격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즉, 기존 북한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은 다른 용도로 재배치하고, 이 과정에서 대북 억지력을 유지 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게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늘리고, 트럼프 행정부에 일본 수준의 원자력 협정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임기 내 전작권 회복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4일 한국과 미국 국방 수장이 서울에서 열리는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만나 '자주국방' 차원에서 이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에 대한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북한 핵보유국" "김정은 만나면 정말 좋을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김정은)가 만나고 싶어한다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30일 방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간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전용기에서 한국 방문 도중 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가 연락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지난 번(2019년 6월) 그를 만났을 때 나는 내가 한국에 온다는 걸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가 만나고 싶다면, 나는 분명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적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자 앞으로 핵 군축 및 동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위원장과의 회동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기존의 '빅딜(big deal·큰 거래)' 대신 상대적으로 협상 진행이 용이하고 북한의 반발도 덜한 '스몰딜(small deal·작은 거래)'로의 전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데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7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지칭하며 김 위원장과 회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주한미군 재배치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과의 협상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무기 수량을 통제하는 군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핵군축 또는 동결로 담판을 짓고, 이후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를 위해 재배치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게 국방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로 인한 공백은 한국 정부가 감당하라는 것이다.
李대통령 "한미 안보 협상 순조롭게 진행"
"주한미군 운명 우리가 결정 못해…국방비 인상, 자주국방 위한 것"
위성락 "안보협상, 문서 작업도 돼 있어…원자력 협정 일본 수준으로"
이에 우리 정부는 국방비 인상을 수용하면서 대신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한미 양국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미 간 협상은 안보와 경제 두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으며, 안보 분야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안보 분야 협상이 순조롭다면 주한미군 재배치와 국방비 인상을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게 명백하다"며 "그러나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라며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 2.3%에서 3.5%까지 증액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 요구 때문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보장할 만큼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위 실장은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안보 분야에서는 대체로 문서 작업도 돼 있고, 공통의 문구들이 양해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 분야 의제 중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영역에서 지금보다 많은 권한을 갖는 방향으로 얘기가 돼 있다"며 "우리의 역량에 비춰 지속적인 제약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요구를 지속해서 해 왔고, 그에 대해 (미 측의) 긍정적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이 언급한 원자력 협정 개정은 핵연료의 독자적 생산을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범위와 권리·의무 등을 규정한 협정으로 2035년까지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하에 우라늄을 20% 미만까지만 농축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도 미국이 승인해야 가능하다. 일본은 이 같은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원자력발전소도 많고 기술도 높지만, 우리가 원자력발전 연료를 만들지 못한다. 농축을 해야만 (연료를) 만드는데 농축을 우리가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처리를 못 해 핵연료가 자꾸 쌓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일본은) 이 두 가지 권한을 다 가지고 있어 우리가 모델로 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어 위 실장은 "우리 정도 되는 원자력 산업 국가 중에서 농축과 재처리 권한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우리의 역량에 비춰 볼 때 지속적인 제약을 받는 것은 페어(공정)하지 않다, 이 상황을 개선하자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고 그 요구에 대해선 (미국 측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협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위 실장은 이러한 원자력협정 개정 성과에는 '방위비 증액' 카드가 주효했다고 밝혔다. 첫 한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산 첨단·필수 무기 구매 등을 통한 긍정적 의사를 선제적으로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회담 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도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관련 정책이 결정되면 한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엔 "그럴 수도 있는데 크게 염려하진 않는다"며 "한미 간에 그 문제를 이미 다뤘고, 한미 간 논의가 미일 간 논의보다 앞서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도 한반도 방위에서 자주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침 아래 국방비 증액을 지시했다"며 "그 카드를 가지고 미국과 협상했고, 그 과정에서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도 합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미 국방장관, 내달 4일 동맹 현대화·전작권 전환 등 논의
이런 가운데 내달 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만나 전작권 전환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CM은 동맹인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정책 협의·조정하는 양국 국방 분야 최고위급 기구로, 실무급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등에서 논의해온 군사 정책을 양국 국방부 장관이 만나 최종적으로 보고받고 확인하며 현안에 대응하는 자리다.
이재명 정부와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SCM 회의로, 한미 장관의 취임 후 첫 공식 대면 회담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이번 SCM에서 변화하는 안보환경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현안 전반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의제로 ▲ 대북정책 공조 ▲ 연합방위태세 ▲ 확장억제 ▲ 지역안보협력 ▲ 사이버·우주·미사일 협력 ▲ 함정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 등 방산협력 ▲ 국방과학기술 협력 등이 논의된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특히 양국 외교·국방 당국이 협의 중인 '동맹 현대화'도 논의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문제가 이번에 얼마나 진전이 있을 지도 주목된다. 양국 국방부는 지난달 KIDD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계획 추진현황 점검 결과, 조건 충족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공감한 바 있다.
미 국방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에서 SCM을 공동 주재하며 서울(한국 정부)이 국방 지출을 증액하고 한미 동맹의 억제력과 방위에 더 큰 책임을 맡으려는 의지를 보인 점을 높이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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