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스테이블 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 제출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백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혁신을 위한 골든키'로 보는 장밋빛 전망에서 벗어나 실제 현실과는 간격이 클 것을 우려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면 은행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재차 주장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은은 27일 금융결제국 주도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원화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란을 총 망라한 일종의 백서다.
저자들은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디페깅(Depegging) 위험 ▲금융안정 위협 ▲소비자 보호의 공백 ▲금산분리 원칙 훼손 ▲규제 회피 및 자본유출 가능성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약화 등 7가지 주요 위험 요소를 지적했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스테이블 하지 않다는 '디페깅 위험'을 리스크로 지목한다. 법정통화는 시중은행의 예금과 중앙은행 화폐와는 1대1로 교환이 가능하지만, USDT(테더)와 USDC(써클) 등은 시장 유동성 불안이 생길때 마다 그 값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금융안정에 대한 위협도 크다.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을 100% 안전자산으로 구성하더라도 '코인런(코인 투자자들의 현금 상환 요구가 쏠리는 현상)'이 일어날 경우 코인런은 은행의 뱅크런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 보호의 공백도 우려된다.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제도 밖에서 사용되는 화폐대용재일 뿐 법정화폐와 1:1로 교환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다. 발행사가 상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예금자와 달리 '예금자 보호법'에 따른 보호도 받을 수 없다.
금산분리 원칙 훼손도 지적됐다.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IT 기업이나 유통기업 등 비은행기업이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들로 하여금 화폐 발행과 동시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이른바 내로우뱅킹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으로 이해 상충 및 불공정 경쟁, 경제력 집중 및 위험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금산분리 원칙의 취지와 상충된다. 또한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스스로의 잘못이 아닌 외부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가치가 폭락할 경우 이들 기업의 신뢰성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규제 우회와 자본유출 위험도 주요 리스크다. 스테이블코인은 현향 외환과 자본유출 규에를 쉽게 우회할 수 있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과 자본·외환규제 체계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함께 고민해야 하고,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는다.
통화정책의 유효성 약화도 우려된다.스테이블코인은 화폐성을 가지면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행 범위 밖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지급준비제도와 공개시장운영 등 통화량 통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원화 코인 방행으로 단기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중개 기능 약화 문제도 제기됐다. 탈중앙화(DeFi) 금융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대출, 예금 등 자금중개 활동이 크게 활성화되면 기존 은행의 예금수요가 줄고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자체가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중앙화 금융의 자금중개는 금융포용 관점에서 더욱 다양한 사용층을 포용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의 통제 밖에 있고 익명성을 이용한 불법거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이 영향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금리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이번 백서가 외환 규제, 금산분리 등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면서, 수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해 혁신과 신뢰가 조화될 수 있도록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이뤄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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