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장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길래 미장(미국 증시)에 몰빵 했는데, 요즘 코스피 오르는 걸 보니 허탈하네요. 제 계좌는 꿈쩍도 안 해요"라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코스피지수가 무려 64% 급등하며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압도적인 상승률을 보인 반면, 미국 S&P500 지수는 15% 상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 주식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지만, 세계 증시 상승세에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증시를 대표하는 MSCI ACWI(ex USA) 지수는 올해 달러화 기준 26% 상승해, S&P500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 앞으로 더 오른다고?
만약 이 격차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S&P500은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세계 증시 대비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세계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64% 급등하며 독일 DAX(22%), 일본 닛케이 225(24%), 영국 FTSE100(18%), 홍콩 항셍지수(30%)를 모두 압도했다.
27일 오전 코스피는 개인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 장중 한때 4,021.93까지 오르며 신기록을 세웠다. 증권가에서는 “이제는 5,000포인트 시대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의 배경으로 달러 약세를 꼽는다. WSJ 달러화지수는 올해 들어 6.3% 하락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논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관세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달러 약세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달러로 환산할 때 더 큰 이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非) 미국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 증시는 여전히 소수의 대형 기술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편입 기업들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로, 역사적 고점 수준이다.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만큼,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S&P500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일부 기술주에서 나왔다.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는 ‘예외적 강세’를 보여왔다. 같은 기간 S&P500은 225% 상승했지만, 일본 닛케이 225는 158%, 영국 FTSE100은 49%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중심의 투자 패러다임이 균열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유럽·아시아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단기적 반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한국은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저평가) 구간에 있고, 기업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당분간 코스피 강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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