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가 13만 4000여명인 곳에서 축제를 열자, 이틀 만에 약 15만 명이 다녀간 지역이 있다. 바로 김천시다. 김천시는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대에서 ‘2025 김천김밥축제’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부스 주변이 붐볐고,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김밥이 동날 정도였다. 도시 인구를 넘어서는 방문객이 몰리며 김천은 그야말로 축제 도시로 변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방문객이 많았을까. 그 비결을 자세히 알아본다.
'김밥천국’에서 착안한 발상, 철저한 준비로 만든 흥행
김천시는 이름이 김밥 프랜차이즈 ‘김밥천국’의 줄임말 ‘김천’과 같다는 점에서 착안해 지난해 처음 김밥축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첫해에는 준비한 김밥 1만 6000줄이 세 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가며 방문객들의 아쉬움을 받아야 했다.
올해는 그런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행사 규모를 대폭 늘렸다. 김천시는 총 10만 줄의 김밥을 준비했고, 자동으로 김밥을 말아주는 기계까지 들여와 시간당 1000줄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장은 김밥 재료를 주제로 꾸몄다. 단무지·오이·햄을 각각 상징하는 ‘무지링존’, ‘오잉존’, ‘햄찌존’ 세 구역으로 나뉘었고, 전광판에는 구역별 잔여 수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무대 공연도 김밥을 콘셉트로 구성했다. ‘김밥’ 노래로 유명한 자두, 김밥 속 달걀을 상징하는 스탠딩에그, 삼각김밥 머리로 잘 알려진 노라죠가 출연해 흥을 돋웠다. 첫날엔 비스타, 스탠딩에그, 자두가 무대에 올랐고, 다음 날은 송미해밴드와 죠지, 노라죠가 공연을 이어갔다.
세심한 운영과 환경 배려 돋보여
또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축제 팸플렛은 김밥 모양으로 제작했고, 자체 캐릭터 ‘꼬달이’를 만들어 인형·키링·젓가락 등 굿즈 상품으로 확장했다. 김밥 모양 에어바운스와 포토존, 미로게임 같은 체험 공간도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김천김밥축제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환경을 고려한 운영 방식'에 있다. 일회용품에 제공하는 보통의 축제와는 달리 대부분 다회용기나 뻥튀기 용기에 제공돼 쓰레기 배출이 크게 줄었다.
또 행사장 곳곳에는 테이블과 벤치가 충분히 배치돼 있었고, 돗자리 대여 서비스도 제공됐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편하게 앉아 김밥을 먹고 쉴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객이 몰리자, 김천시는 즉시 ‘교통 혼잡 예상, 행사장 일반차량 진입 통제’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김천스포츠타운, 녹색미래과학관, KTX 김천(구미)역, 시청, 김천역 등 주요 거점에서는 셔틀버스가 수시로 오갔다.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냉동 김밥, 전국 팔도의 이색 김밥, 김밥쿡킹대회 수상작, 유명 프랜차이즈 김밥 등 50여 종이 판매됐는데, 라면 3500원, 김밥 4000~6000원 정도로 판매했다.
내빈 행사 없이 ‘진짜 주인공’은 방문객
이번 축제는 겉치레보다 실질적인 즐거움을 우선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김천시는 방문객을 중심에 두고 내빈 소개, 축사, 환영사, 개막식 같은 절차를 모두 뺐다. 대신 김밥 판매와 공연에 집중해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었다. 복잡한 절차가 빠지니 행사는 훨씬 자연스럽고 분위기도 한결 자유로웠다.
이러한 성공을 인정받아 김천시는 ‘2025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과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천시의 사례는 지역 축제의 성공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김천김밥축제를 필두로 전주 비빔밥축제, 문경 사과축제, 예산 사과축제 등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축제들도 올해 성황리에 열렸다. 앞으로 이런 축제들이 꾸준히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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