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 도중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딸 결혼식 축의금 명단과 액수를 확인해 보좌진에게 이를 전달하는 메시지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과 도덕성 논란을 제기하며 관련법에 따른 고발을 예고하며 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과방위원장으로서 국감 기간 중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녀 축의금을 받은 점을 들어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뇌물은 돌려줘도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과방위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며 고발 예고와 함께 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MBC 사옥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과방위 현장시찰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장호 MBC 보도본부장을 지목해 자신과 관련된 보도를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며 설전을 벌인 뒤 기자들과 함께 박 본부장을 퇴장시킨 바 있다.
해당 논란이 채 잠잠해지기도 전에 딸의 결혼식 축의금 문제가 번지자 지난 26일 국정감사 기간 중 열린 본회의에서 대기업과 언론사 등 피감기관과 일부 정치인들로부터 받은 축의금 액수가 적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좌진에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대기업 관계자 4명 100만 원,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 3명 100만 원, 이동통신사 대표 100만 원, 모 과학기술원 관계자 20만 원, 한 정당 대표 50만 원, 종합편성채널 관계자 2명 각 30만 원의 내역이 열거돼 있었다. '900만원은 입금 완료', '90만원은 김 실장에게 전달함'이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최 위원장 딸의 결혼식은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치러진 탓에 이미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최 위원장은 당시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을 몰랐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던 차에 본회의 중 축의금을 돌려보내는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점과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민주당이 축의금 반환을 보좌진을 통해 지시했다는 점에서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조사 재테크'라며 비판을 가했다.
본회의서 명단·액수 확인…최 "피감기관서 온 것 돌려주라 지시"
논란이 거세지자 최 위원장 측은 26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상임위 관련 기관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 또 상임위와는 관련이 없으나 관례 이상으로 들어온 축의금을 반환하려고 명단과 금액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축의금을 돌려드리도록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내용이며 평소 친분에 비춰 관례 이상으로 들어온 축의금을 즉시 반환하기로 하고 그 명단과 금액을 전달한 것"이라며 "이름만으로 신분을 알 수 없는 경우 등이 있어 추후 계속 확인되는 대로 반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국힘 "피감기관 상대로 갈취, 뇌물죄 대상"…사퇴촉구·고발 예고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고발 등 법적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피감기관 등에서 경조사비를 수수하지 못하게 하는 '최민희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갈취 신고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위원장이) 자녀의 결혼식 날짜를 유튜브를 보고 알았다고 주장하더니 축의금을 누가 냈는지, 얼마씩 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며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고 뇌물 수수 소지도 많다고 법조계에서 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송 원내대표는 "(축의금을) 돌려준다고 했는데 현금으로 받고 계좌로 이체해서 돌려준다는 뜻인지 확인도 어렵다. 뇌물은 돌려주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적인 축의금 정리를 보좌진에게 시킨 것도 명백한 갑질"이라며 "즉각 과방위원장을 사퇴하길 바란다. 그다음 할 일은 성실히 수사에 임하는 길"이라고 직격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소 5명 정도가 100만 원이라는 축의금을 준 것으로 보이는데 누구인지 또 그 이상의 축의금이 얼마인지를 축의금 대장을 압수해서 밝혀야 한다"며 "형사법적으로 보면 뇌물죄가 명백하다. 만약 뇌물죄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100만 원 이상이면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 의원이 최악의 갑질 의원 아닌가. 아마 많은 분들이 갈취 당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비난하며 "수사기관이 축의금 대장,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최 위원장 측의 반환 목적이란 해명에 대해 "믿기 어려운 변명이다. 이미 카드 결제 기능까지 포함된 청첩장이 전달됐고 피감기관으로부터 축의금을 받았으며 이를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축의금을 반환하기 위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입금 완료보다 반환 완료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자녀 결혼식에서 받은 카드 결제 및 현금 수령 축의금 내역 전체와 수령방식별 반환 내역 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하며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면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피력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은 여러 법적 이슈가 산재해 있다. 피감기관을 상대로 돈을 갈취한 공갈죄가 될 수도, 뇌물죄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김영란법 위반 혐의와 묶어 관련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고발을 예고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을 내고 "아무리 변명해도 '수금'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과방위원장으로서 국감기간에 피감기관으로 부터 축의금과 축하 화한을 받은 점은 명백한 이해충돌 행위"라고 지적하며 "과방위원장에서 스스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충형 대변인도 26일 논평에서 "국회 본회의장 스마트폰에 비쳐진 숫자들은 모두 '청탁'과 '뇌물' 사이의 '양자' 역학을 보여준다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뇌물 수수 의혹의 소지가 있는 숫자들"이라며 "국민 앞에서 공적인 마인드를 상실한 최민희 위원장은 즉각 과방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하기 바란다. 검찰은 청탁금지법 등 위법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딸 축의금 정리를 왜 보좌관이 하나, 총액·명단 공개하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보좌관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킨 최 위원장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자녀의 결혼식도 이해 충돌은 없는지 축의금 총액과 명단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민희 의원이 '권력자의 축의금 정가가 최소 100만 원'이라는 사실을 인증했다. 수백 개의 화환, 수백 명의 하객, 수억 원의 축의금이 직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춘석 의원도, 김민석 총리도 경조사비로 수억 원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 아들의 삼청각 결혼식은 하객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의금 계좌가 공개됐었고, 안 받았다는 얘기가 없는 것 보니 많이 걷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의 자녀 결혼식 축의금 정가는 얼마일까, 가늠조차 힘들다"며 "이 대통령은 이해관계자가 광범위하다. 이해충돌 없는지 축의금 총액과 명단을 밝혀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축의금은 혼주의 소유라는 것이 확립된 판례다. 자녀의 지인들이 낸 축의금 외에는 전부 혼주인 이재명, 최민희 소유"라며 "축의금으로 혼주의 재산이 늘었다면 재산 등록을 해야 하고, 자녀에게 줬다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축의금 받은 만큼 증여세를 정상 납부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최 위원장의 기사를 공유하며 "참 가지가지 한다. 일부러 언론 보라고 본회의장에서 축의금 반환 문자를 보낸 건지 모르겠으나 왜 딸의 축의금 반환과 정리를 보좌직원에게 시키나"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이번 문자로 최 위원장이 보좌직원에게 자신의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있다는 게 명백히 밝혀졌다"며 "최 위원장에게 재차 공개 질의한다. 딸 결혼식을 위한 국회 사랑재 예약을 누가 했나? 보좌직원인가? 딸인가? 침묵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보좌진 갑질인지 아닌지 당신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도 27일 논평을 통해 "국정감사로 나라살림을 따져야 할 시기에 민주당은 가족 잔치를 열었다"며 "최 위원장의 결혼식 논란으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대통령실에서 국회 업무를 총괄하는 우상호 정무수석이 26일 국회 사랑재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곽 대변인은 "이쯤 되면 민주당의 '경조사 재테크'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에 스며든 부패의 관행"이라며 "민주당은 이미 과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권력을 이용한 재산 증식 문제로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공적 책무이지 개인의 경조사를 관리하는 사적 장부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與 "환급과정에서 나온 내용…공직자로서 당연한 처신" 방어
반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휴대전화 텔레그램 메시지와 관련해 "과방위원장으로서 직책 직무수행과 관련한 개인이나 단체 그리고 잘 인지하지 못하는 축의금에 대해서 환급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처신"이라고 반박하며 방어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2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 위원장이 자녀의 축의금을 환급한 것을 두고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처신이다. 당 차원의 조치를 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최 위원장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고발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어제 휴대폰 화면 유출 건은 자녀 결혼식 관련한 축의금을 환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내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그런 처신을 고발해야 하는 건지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피력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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