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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관봉권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에 대해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는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정 장관은 상설특검 추진 배경에 대해 “검찰이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충실히 경위를 파악하고자 했으나, 국민들이 바라보시기에 여전히 대부분의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논란이 지속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23일 관봉권 폐기 의혹과 관련한 감찰을 실시한 결과 윗선의 지시나 고의가 없었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한 바 있다. 아울러 대검은 쿠팡 의혹에 대해서도 감찰에 착수한 상태였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대검의 감찰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의혹 규명은 상설특검의 몫이 됐다. 특검추천위원회가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임명한다. 상설특검에는 최대 5명의 검사와 수사관 등 30명의 공무원이 파견된다. 상설특검의 수사 기간은 기본 60일이며 1회에 한해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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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3+1 특검’이 운영되는 초유의 특검 정국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미 3대 특검에 파견된 검사 수만 최대 160명에 달하는데 또다시 검사와 수사관들을 파견하는 민생범죄 처리가 지연되고 있단 이유에서다. 실제 대검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검찰청에서 기소·불기소·보완수사 등 검찰이 처리한 사건 수는 88만 7007건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9만 8556건 수준으로 지난해 검찰이 처리한 사건 수인 월평균 10만 2990건(연간 123만5881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올해 처리 사건 수가 검·경 수사권 조정 직후인 2021년 113만 2953건에도 미치지 못해 최근 10년 만에 가장 적을 것이라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직전에 부임했던 부서는 6명의 검사로 이뤄져 수사를 처리했는데 지금은 고작 2명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여기에 다시 상설특검으로 검사와 수사관들이 빠져나가면 대체 사건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며 답답해했다.
특히 관봉권 폐기 의혹에 대해서 법무부가 대검의 감찰 결과를 ‘패싱’한 걸 두고서는 유감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사법연수원 32기) 서울고검 검사는 지난 2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를 못 믿어서 하겠다는 이번 상설특검,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의 파견을 반대한다”면서 “비위 의혹이 제기돼 쌍방 감찰 중인 사건에 대해 국회에서 일방의 잘못이 확정된 것인 양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마치 ‘이래서 검찰이 비리 집단이고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식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검찰의 일원으로서 몹시 불쾌하고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검찰 안팎에서는 관봉권 의혹과 관련해 여당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건진법사와 관련된 한국은행 관봉권은 띠지 자체에 담긴 정보가 없는 데 마치 중요한 내용을 검찰이 일부러 폐기했다고 몰아세우고 있단 거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의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에 어느 은행에서 어떤 창구에서 인출해왔는지 알 수 있냐’는 질의에 김기원 한은 발권국장은 “그것과 관련된 정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말해 의혹이 제기된 관봉권 띠지에는 해당 금액이 누구에게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단 얘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요즘 변호사들의 새로운 업무가 검찰에 사건처리를 제발 빨리 해달라고 읍소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의뢰인들과 피해자들 모두 왜 사건에 진전이 없는거냐고 원성이 자자해 이들을 달래는 게 곤혹스러울 지경”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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