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성공회 주교 “은퇴 발달장애인 위한 보금자리, 함께라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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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성공회 주교 “은퇴 발달장애인 위한 보금자리, 함께라면 가능”

경기일보 2025-10-27 14:52: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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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교가 지난 11일 받은 인천시민상 상패를 보여주며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조향래기자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25년간 함께 살아왔습니다. 이제 그들도 나이가 들었어요. 퇴직 후 갈 곳이 없는 친구들을 보듬어 줄 따뜻한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28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서 ‘발달장애노인 그룹홈’ 기공식을 여는 강화도 ‘우리마을’ 촌장 김성수 성공회 주교(95). 그는 “이제 생애 마지막 출발점에 섰다”며 국내 최초 발달장애 노인 전문시설 기공식을 앞두고 소감을 밝혔다.

 

그룹홈은 노화와 장애라는 이중고를 겪는 발달장애인들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소그룹 요양시설이다. 1동에 4명이 생활, 수십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일반 요양원과는 사뭇 다르다.

 

김 주교는 10년 전부터 이 일을 준비했다. 평생을 장애인 친구들과 동행해 온 김 주교의 마침표 같은 과업이다. 장애인도 60세가 되면 ‘우리마을’에서 퇴직해야 하는데 김 주교는 그 이후까지 대비했다.

 

우리마을 또한 김 주교가 2000년 유산으로 물려받은 고향 강화 땅 9천900㎡(3천평)를 기부해 세운 발달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이다. 청장년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함께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체다. 50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의 소중한 일터이자 회사인 우리마을은 친환경인증 콩나물과 커피박(찌꺼기)으로 만든 연필, 화분 등을 생산한다.

 

콩나물은 풀무원과 협력해 전국에 유통, 연간 18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발달장애인들이 우리마을에서 일하고 월급을 받는 것은 경제적 의미 그 이상이다.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마을에서는 모두가 친구다. 김 주교는 이곳에서 ‘촌장 할아버지’로 통한다.

 

우리마을도 애초에 우리나라 최초의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직업교육과 자립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했다.

 

김 주교는 1974년 설립한 성베드로학교 초대 교장이었다. 부인 후리다 여사(영국 태생)가 의정부에서 발달장애아 유치원을 운영 중이니 김 주교 일가의 발달장애인 복지모델은 이제 완결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이제 우리마을에 그룹홈을 완공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여러 동의 시설을 건립하는 데 25억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김 주교는 ‘우리의 힘’을 믿는다. 2019년 화재로 소실된 콩나물사업장을 재건할 때도 그랬다. 3천642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았다. 전등사 스님과 신도들까지 기부금을 들고 왔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이루려는 ‘우리의 힘’이었다. 김 주교는 그래서 늘 ‘우리’를 강조한다. 우리마을이라는 공동체 이름이 생긴 연유이기도 하다.

 

독선과 분열이 아닌 다양성 속의 일치, 끼리끼리의 ‘작은 우리’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라는 ‘큰 우리’의 가치를 이른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막냇동생이 그룹홈 건립 비용으로 100만달러를 보내겠다고 연락해 왔고 우리마을에서 경비일을 하다 퇴직한 70대 중반의 친구도 1천만원을 내놓았다.

 

대한성공회 교구장과 관구장, 성공회대 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세상을 장애인과 어려운 사람들 곁을 지켜온 ‘콩나물 주교’ 김성수. 그의 생애 마지막 염원에도 콩나물처럼 자라고 있는 온누리의 ‘우리’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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