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은 해마다 지역 예술가들을 선발, 이들에게 무료로 작업실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작업실뿐만 아니라 강연·비평·리서치 등 창작에 도움되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며, 때로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도 제공한다. 2009년 시작한 사업은 16년의 시간이 쌓여 수백명의 예술가를 배출해 내기에 이르렀다.
지난 24~26일 열린 ‘2025 플랫폼 오픈스튜디오’ 행사는 레지던시 사업의 일부다. 현재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작가 11명이 단 3일 동안만 자신의 작업실을 대중에 공개한다. 시민들은 작업실을 방문해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과 작업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이들의 합동전시를 관람하거나, 작업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나아가 플랫폼 한켠에 마련된 인천 대학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지역 예술의 미래를 엿볼 수도 있다.
#1. 예술가의 공간을 엿보다
지난 24일 오후 12시께 인천아트플랫폼. 평일 낮이지만 많은 시민이 이날 개방하는 입주작가 작업실을 보고자 이곳을 찾았다. 작가이름이 적힌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작업하던 작가가 도구를 내려놓고 환한 미소로 시민들을 맞았다. 작가들은 기꺼이 도슨트를 자처하며 작업실 곳곳 걸린 작품과 작업과정에 대한 설명을 풀어냈다. 이를 듣던 시민들 역시 주저하지 않고 해당 작가나 평소 예술 전반에 대해 갖고 있던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작업실을 둘러보니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작업하던 작품, 물감 묻은 도구, 마시던 물병이 놓여있는 등 정돈되지 않은 생생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몇몇 작가는 작품 뒷면이나 벽면 메모지에 작업 당시 생각을 적어 놓기도 해, 곳곳에 숨은 단서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2. 작품세계에 더 빠져들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이날 작업실에서 작가를 만난 시민들이 그들의 작품세계에 더 빠져들도록 연계전시 ‘2025 플랫폼 아티스트: 열하나의 말들’을 준비했다. 작업실 바로 옆 전시실에 각 작가의 대표작을 그들의 작품세계를 함축하는 단어(말)와 함께 배치했다. 관객들은 전시를 관람한 뒤 자신의 감상을 전시실 벽면에 남겨 작가, 다른 관객과 소통하기도 했다.
플랫폼은 나아가 시민들이 작가의 작업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엄기성 입주작가는 인천 곳곳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탁본해 저장하고는 한다. 이날 엄 작가를 만난 시민들 역시 플랫폼 곳곳 숨겨진 흔적을 찾아 고무찰흙으로 탁본해 간직했다. 또 김영미 作 ‘실패의 형상’처럼, 시민들은 밀가루 반죽으로 종이학을 접는 어려운 행위를 통해 작가가 마주한 실패와 염원을 경험하기도 했다.
#3. 교류 속 지역 예술이 자라다
같은 시각 인천아트플랫폼 한켠에서는 또 다른 전시 ‘단기임대: 셋방살러왔습니다’가 열리고 있었다.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세상에 나서기 전, 플랫폼 내 자그마한 공간을 빌려 그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신발을 벗은 채 입장하거나, 바닥에 이삿짐 박스를 깔아두는 등 갓 이사온 셋방 컨셉으로 전시실을 꾸민 신선함이 돋보였다. 전시실 한켠에는 이소영 등 입주작가들이 남긴 환영과 응원의 메시지도 볼 수 있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찾은 시민 오윤경씨(53)는 “나 또한 이제 막 예술을 시작한 햇병아리 작가”라며 “같은 장르의 프로 작가를 만나 궁금한 것을 부담없이 물어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엄기성 입주작가도 “관객들과 작업실에서 만날 수 있어 입주 이래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라며 “남은 입주기간 더많은 관객과 교류할 수 있길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2025 플랫폼 오픈스튜디오’는 26일 마무리한 가운데, 연계전시 ‘2025 플랫폼 아티스트: 열하나의 말들’은 11월2일까지도 관람할 수 있다. 입주작가들 역시 11~12월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무르며 각자의 작품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인천문화재단과 경기일보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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