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고비·마운자로' 오남용 막는다..비만 치료제 무분별 처방 제동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정부가 ‘위고비’, ‘마운자로’ 등 신종 비만 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이러한 지정이 실제 오남용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약물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놓여 있다.(사진=뉴시스)

이들 약물은 당뇨병 치료나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상 체중인 사람들에게까지 ‘살 빼는 주사’로 알려지며 미용 목적으로 처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약물은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지만 전문의약품인 만큼 부작용이 있다.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등 소화기계 문제뿐만 아니라 심각하게는 췌장염이나 장폐색(장 마비) 같은 치명적 합병증까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진행된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오남용 실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허가 기준을 벗어난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관리 방안 강화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식약처 소관인데 복지부와 식약처가 협의해 지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아직 지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관련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며 식약처 내부에서도 여러 부서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의약품 라벨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고 표시돼 있으며 이를 조제·판매하는 약국·의료기관은 이 의약품을 유통·판매·처방할 때 내부관리대장을 작성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신종 비만 치료제를 적절히 관리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고 해서 의료기관과 약국이 얼마나 처방하고 판매했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은 따로 없다. 환자가 자신의 처방 이력을 공개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약국에서는 이 환자가 남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정상 체중인 환자(사용자)에게 비급여로 처방되는 행태를 막을 수 있는 법령도 따로 없다. 비급여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동의가 이뤄지면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이 비만 치료제 오남용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의약품은 약국에서 사야 하는데 비만 치료제를 병의원에서만 직접 판매하는 경우(원내 조제)가 이에 해당한다. 해당 의약품은 환자 자신이 직접 주사하는 의약품(자가 주사제)라서 올바른 사용법과 보관법,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이는 약사의 복약 지도에 해당한다.

의료진이 환자 교육을 하는 때도 있지만 재진 환자 등 이미 같은 주사제를 사용한 환자에게 교육이 따로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환자 교육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약사법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원내 조제를 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력해 관리·감독을 강력히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내 조제를 원천적으로 막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