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소를 찾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소를 방문한다면 단순한 현장 시찰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추진에 힘을 더해줄 수 있고,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간 관세 협상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후보지로는 국내 '빅3'인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미국 현지에도 한화필리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한 이곳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상징적 현장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8년 회장 시절 한국을 찾았을 때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건조 중인 선박을 직접 보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요트용 선박을 주문한 일화가 있다. 이번에도 조선소를 직접 찾는다면 과거 사례처럼 상징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또한 경주와 가까워 후보지로 꼽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1박 2일 일정이 촉박해 실제 방문이 성사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29일에는 방한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 APEC 최고경영자(CEO) 오찬 연설, 정상 및 실무 만찬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있다. 30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대신 조선소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 러트닉 장관의 방문 일정도 조선소 측과 구체적으로 조율된 것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6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잠수함 건조 및 유지보수 사업 발주를 앞두고 있는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APEC 참석 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주목받는 미국 인사가 국내 조선소를 방문할 경우,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가 붙고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한국 조선업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러트닉 장관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29일 경주에서 열릴 이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는 한미 간 관세 협상과 산업 협력 등 굵직한 현안들이 비공식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타결 국면으로 접어든 관세 협상에서 각 그룹 총수들이 지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만찬이 실무적 의미를 넘어 전략적 신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한미 협력의 상징이 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방문은 산업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세 협상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한국 조선업계뿐 아니라 한미 경제 및 산업 협력의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소 방문 여부와 재계 총수 만찬에서 오가는 논의가 앞으로 마스가 프로젝트와 한미 관세 협상의 향방까지 좌우할 수 있어, 업계와 정치권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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