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 사이의 협력 강화를 위한 이른바 'CSP 비전'을 제시했다.
CSP는 '꿈과 희망의 조력자'(Contributor for Dreams and Hope),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Springboard for Growth and Innovation),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Partner for Peace and Stability) 등 세 가지 비전의 앞글자를 딴 구상으로, 한-아세안 협력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아세안 교역액 3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한-아세안 FTA 개선 협상 개시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보건, 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과 인재 양성·기술 교류를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 국민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가 되겠다"면서 한-아세안 협력기금으로 창업 지원을 받은 말레이시아 여성 기업인과 K-팝 그룹에서 활약 중인 동남아 출신 아티스트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더 많은 아세안 사람들이 한국과 함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것을 돕기 위해 문턱을 낮추고 제도적 틀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의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초국가범죄·재난·해양안보 등 역내 공동 안보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세아나폴(ASEANAPOL)과 아세안 재난관리 인도적지원 조정센터(AHA Centre) 등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안와르 총리님의 '마다니'(Madani) 비전과 올해 아세안 의장국의 주제인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은 이번 주 대한민국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과 궤를 같이한다"며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에서 양국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혜를 함께 나누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실용적으로 대처하며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와 아세안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해 가는 여정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 전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이재명>
각국 정상 여러분, 참으로 반갑습니다. 의장이신 말레이 총리님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세안의 역사적인 순간마다 의장국으로 활약했던 말레이시아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아세안 정상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 준비를 위해 애쓰신 안와르 총리님과 한-아세안 대화 조정국인 태국의 아누틴 총리님께도 각별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아세안 정상 여러분, 한국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함께하는 이웃은 피를 나눈 친척과도 같다는 말입니다.
저는 우리 한-아세안 관계가 '이웃사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아세안은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온 이웃입니다.
지난 30여 년간 아세안과 한국의 인적교류는 급속히 확대되어 아세안은 매년 1천만 명의 한국인이 방문하는 중요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세안과 한국은 금융위기와 팬데믹, 자연재해 등이 닥칠 때마다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아세안은 미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이웃이기도 합니다.
이제 아세안은 한국의 3대 교역 대상이고, 한국은 누적 85억 불에 달하는 ODA를 통해 아세안의 미래에 투자했습니다. 한국기업들은 자동차, 철강, 전자 등에서 아세안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정상 여러분, 이렇게 더없이 가까운 '이웃사촌'이 된 한국과 아세안은 작년 대화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이해 최고 단계 파트너십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했습니다.
지난 30주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아세안 관계 40주년인 2029년에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2029년을 바라보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CSP가 한-아세안 관계를 규정하는 구호를 넘어서서 각국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의 세 가지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한국은 아세안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Contributor)'가 되겠습니다. 한-아세안 연간 상호방문 1500만명 시대를 열고 '사람 중심의' 아세안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겠습니다.
둘째, 한국은 아세안의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Springboard)'가 되겠습니다. 이제 한-아세안 간 연간 교역액 3000억 불 달성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셋째, 한국은 아세안의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Partner)'가 되겠습니다. 한국은 초국가 범죄, 해양 안보, 재난·재해 등 역내 평화와 안정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부응함으로써 '회복력 있는' 공동체 형성의 협력 기반을 확대하겠습니다.
제가 제시한 이 세 가지 비전은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에서 지향하는 사람 중심의 아세안 공동체, 혁신적·역동적 아세안 공동체, 회복력 있는 아세안 공동체 비전과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정상 여러분, 최근 법 집행 사각지대인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스캠(사기) 센터 등 조직적 범죄 단지가 확산되고 있고, 안타깝게도 많은 청년들이 초국가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경찰청은 아세아나폴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조직적 범죄 단지를 근절하고 초국가범죄가 이 지역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아세안 각국 및 아세안 차원에서의 긴밀한 형사·사법 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 또한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오늘 동료 정상분들과 국제질서 변환기, 한-아세안 협력의 미래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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