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 조반니와 그의 친구 캄파넬라가 은하수를 따라 여행하며 사라진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외견상 작품은 판타지적 모험과 청춘 서사를 결합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사회적 약자와 인간적 연대, 현실적 소외 문제를 깊이 성찰하는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
조반니의 캐릭터 설정은 장애인 서사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어려움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아버지의 실종과 빈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고된 삶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은, 개인의 내적 성장과 맞물려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소외 문제를 드러낸다. 원작이 탄생한 1920년대 일본의 근대화와 산업화 속 소외된 개인을 배경으로 한 점은,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가 겪는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경쟁, 정서적 고립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작품은 ‘보는 세계’와 ‘보지 못하는 세계’를 대비시키면서, 외부 시선과 사회적 판단 속에서 존재가 묻히는 이들의 내면적 경험을 관객에게 전이한다.
캄파넬라와의 관계는 작품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친구와의 연대, 서로를 향한 배려와 신뢰는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인간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팬데믹 이후 경험한 고립과 단절, 개인적 불안과 결핍의 문제를 고려할 때, 캄파넬라와 조반니의 관계는 관객에게 공감적 울림을 더욱 강하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은하철도라는 상징적 공간 설정은 기술과 문명 속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문제, 그리고 인간적 가치의 중요성을 묻는 장치로 작용한다. 별자리와 은하를 따라 이동하며 만나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은, 개별 인물의 여정이 사회적 맥락과 분리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은유다. 즉, 판타지적 모험 속에서도 인간적 연대와 사회적 책임, 삶과 죽음, 소외와 공감 같은 근본적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작품 속에서 시각적·공간적 표현은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조반니가 직접 볼 수 없는 세계를 관객이 체감하도록 하는 연출적 장치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와 소외, 결핍을 넘어서는 인간적 성장과 연대, 그리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서사는, 비단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뿐 아니라 성인 관객에게도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한편, 은하철도의 여행이라는 구조적 장치는 내적 서사와 사회적 메시지 사이의 균형을 시도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각 역과 장면 전환은 조반니가 직면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인간적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연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사고하고 질문하게 만든다. 이는 원작의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정서를 현대적 뮤지컬 무대에서 재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은하철도의 밤'은 환상적 서사와 현실적 사회 메시지를 결합해, 관객에게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 연대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상징적 공간 설정과 인물 관계, 그리고 원작의 철학적 정서는 현대 사회에서 청춘과 성장, 상실과 연대,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탐구하고 성찰하게 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