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대한내과학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국내 환자 진료 환경에 맞춘 새 내과학 교과서를 발간한다. 해외 사례만으로는 국내 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 AI를 통한 환자 자가진단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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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한내과학회는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창립 80주년 기념식을 갖고 새 교과서 발간 등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학회에 따르면 이번 교과서는 10권, 12개 분과, 총 4700여 쪽 분량으로 구성됐다. 2023년 2월 저술에 착수했으나 “의정 사태로 교수진이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집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전자책으로 먼저 선보이고, 이후 시장 수요를 반영해 종이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새 교과서를 발간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 데이터 중심의 진료 지침으로는 우리 환자의 특수성을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영석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소화기분야를 예로 들며 “서구에서는 이미 정점을 지난 크론병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급증하고 있다”면서 “같은 질환이라도 질병 발생 위치 및 임상 양상이 국내에서 뚜렷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양 크론병 환자에겐 드문 항문 주위 염증이, 한국 환자에서는 절반 이상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조영석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장 베체트병처럼 아시아권에 특이적인 질환도 기존 교과서에서 소외돼 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알레르기 분야에서도 국내 현실과 괴리가 크다.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환경과 식물, 물품이 서양과 다르고, 약제 역시 국내에 유통되지 않거나 보험 등재가 안 된 약이 많다”며 “결국 우리나라 환자가 실제 쓸 수 있는 약 중심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교과서에 실린 병들 중 ‘한국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질환이 많다’며 현실성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건강정보 확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학회는 특히 해외 데이터 중심의 AI 에이전트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진단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 정보를 찾는 행태가 늘면서 오류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AI가 제대로 답하려면 제대로 된 질문이 필요한데 일반 환자가 정확하게 질문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잘못된 질문에 논리적으로 맞는 오답이 따라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국내 임상 현실을 반영한 지식 체계가 뒷받침될 때 환자 진료의 질이 높아진다”며 “새 교과서가 그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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