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매출액 기준 상위 100개 기업의 올해 임원 수가 7,30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404명과 비교하면 약 98명 줄었다. 이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임원단부터 긴축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임원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2024년 별도 기준 매출 상위 100개 상장사(이하 '100대 기업')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바탕으로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을 조사한 결과, 임원 수가 전년 대비 1.3% 감소한 7,306명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2024년 별도 기준 매출 상위 100개 상장사며, 사외이사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유니코써치는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이 2025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먼저 임원 수를 조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긴축 경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코로나,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 갈등 등 대외 변수로 인해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은 조직 쇄신보다는 관리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 수를 줄이는 쪽을 택했다.
숫자상 감소 외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임원 자리를 누가 차지하고 있느냐다. 유니코써치의 분석에 따르면, 1960년대 초반(1960~1964년생) 출생 임원 비중은 2018년 34.4%에서 올해 3.4% 수준으로 급감했다.
1960년대 후반(1965~1969년생) 출생 임원도 지난해 2,317명에서 올해 1,859명으로 줄어들며, 이들의 비중 역시 20%대로 떨어졌다. 반면 1970년대생(1970~1979년생) 임원은 올해 4,874명으로 전체 임원의 약 66.8%를 차지해, 사실상 임원진의 '주류 세대'가 됐다.
더불어 1980년 이후 출생 임원도 올해 처음 200명대를 넘어 256명에 달했다. 이들은 미래의 리더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출생연도별로는 1971년생 임원이 80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흐름은 단순히 임원 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들이 앞으로의 경쟁 환경에 대비해 리더의 연령대를 낮추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임원진 전면에 내세우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주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
첫째, 경영 불확실성과 비용 관리 압박이다. 기업들은 경기 둔화, 무역 분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적 외부 변수에 맞서 비용 구조부터 재정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원 수를 줄이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둘째, 디지털 전환과 기술·AI 인재의 수요 증가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신사업으로 옮겨가면서,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 인사보다는 변화와 혁신에 강한 젊은 리더들이 임원으로 올라서고 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1975~1977년생과 1980년대생, 특히 AI 분야 전문가들이 임원으로 대거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셋째, 승계와 리더십 세대교체의 필요성이다. 60년대생 임원 비중이 20~30%대까지 낮아지며 자연스러운 세대 전환이 진행되는 중이다. 기업들은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 이후의 차세대 리더 발굴 과제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히 '임원 수가 몇 명 줄었다'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인사와 경영 전략에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첫째, 앞으로도 임원 규모가 완만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유니코써치는 임원 수가 2021년부터 연이어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처음 감소로 전환됐고, 연말 인사에서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둘째, 젊은 임원층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과제도 크다. 1970~80년대생 임원은 변화 대응력과 기술 이해도 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조직을 이끄는 경험이나 글로벌 역량 면에서는 기존 선임들과의 조화와 학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성과 중심 평가와 보상 구조의 변화다. 세대교체와 임원 축소가 함께 이뤄지면서 기업 내 역할과 책임이 더 분명해지고, 개인 성과에 기반한 보상이 강화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성과 중심의 평가와 보상 체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대교체와 임원 수 축소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기업 내에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AI, 디지털 전환, ESG 같은 핵심 신성장 분야에도 큰 변화가 보인다. 이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젊은 인재들이 임원급으로 빠르게 발탁되고 있는데, 산업과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기업일수록 이런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수가 약 100명 줄어든 것을 단순히 인원 감축으로만 볼 수는 없다. 기업들은 리더의 연령대를 낮추고, 비용 구조와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원 명단에서도 큰 변화가 보인다. 기존에 1960년대생이 중심이던 임원 구조가 이제는 1970년대생으로 넘어갔고, 1980년대생의 임원 진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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