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HII)와 손잡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Next-Generation Fleet Replenishment Ship)' 건조에 본격 참여한다.
26일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양사 간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 체결은 지난 4월 MOU의 후속 단계로, 한국 조선 기술력과 미국 방산 시장의 결합을 제도화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하도급 형태가 아니라, 설계·건조·엔지니어링·MRO(유지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 협력을 포괄한다. 특히 미 해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군수지원함은 기존 보급함 대비 기동성과 작전 효율을 높이는 핵심 플랫폼으로, 미국의 해상 물류 현대화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HD현대는 최근 미 해군이 공모한 개념설계 입찰에 참여하며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양사는 ▲미국 내 조선 생산시설 신규 설립 및 인수 공동 투자 ▲블록 모듈 및 핵심 자재 공급 ▲엔지니어링 합작법인 설립 ▲함정 정비·정비지원(MRO) 협력 등 전방위적 산업 생태계 연계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는 단기 수주를 넘어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 + 글로벌 조선 공급망 공동화'라는 장기 전략을 내포한다. HD현대는 이미 미 해군 7함대 소속 4만1천t급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의 정기 정비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번 MOA로 미국 방산 시장 내 입지를 실질적으로 확장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 군수지원함 '엔데버'를 시작으로, 2020년 '아오테아로아'까지 잇달아 납품하며 군수지원함 분야의 경험을 축적해왔다. 또한 대한민국 해군의 '천지급' 3척과 '소양급' 1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이러한 실적은 '고기동·고효율 함정 설계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 경쟁에서 HD현대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버지니아·미시시피주에 각각 위치한 뉴포트 뉴스 조선소와 잉걸스 조선소를 통해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미 해군 주력 전력을 생산하는 핵심 방산기업이다.
이번 협력으로 양사는 한국의 생산기술과 미국의 시스템 설계·방산 인프라가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내는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장은 "이번 협력은 한미 대표 방산 조선기업 간 실질적 파트너십으로, 미 해군 사업 공동참여와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에릭 츄닝 헌팅턴 잉걸스 부사장 역시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해 미국 조선 산업 기반의 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의 HD현대 주최 '퓨처 테크 포럼'에서 구체적 협력 방향을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양사의 협력은 단기 프로젝트를 넘어, 미국·한국 조선 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첨단소재·친환경 선박 기술, AI 기반 함정관리 등 차세대 조선기술 동맹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MOA는 단순한 기업 간 계약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산업화·기술화 버전이라 할 만하다.
HD현대는 자국 기술을 미국의 조선 생산 체계에 연결함으로써 글로벌 방산 공급망 내 '기술 파트너'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국 조선산업의 구조적 병목(인력·공정·납기)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의 고효율 조선 기술과 블록모듈 시스템을 흡수함으로써 'MASGA'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높이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협력은 '한미 방산 조선산업의 쌍방향 재편', 즉 한국에겐 미국 내 방산시장 진입 통로, 미국에겐 고효율 조선기술 도입 루트로서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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