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 조성사업' 본궤도
전통 느낌 목구조·쉼 공간 설치해 방문객 유입↑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조성된 지 63년 된 노후 전통시장인 서울 중구 신중앙시장이 눈길을 사로잡는 독창적 디자인을 접목한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난다.
내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며 시장이 활력을 띠고, 이른바 '힙당동'(힙+신당동)의 새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신중앙시장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 조성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시는 지난 2월 디자인·설계공모 공고 후 4∼6월 전문가 심사를 거쳐 ㈜요앞 건축사사무소·티씨에이건축연구소의 공모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 설계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상인설명회를 열어 관계자 의견을 들었다.
이번 사업은 내년 말까지 진행되며, 약 1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1962년 문을 연 신중앙시장은 길이 275m, 면적 4천95㎡의 시장이다.
애초 도매시장으로 시작한 특성 때문에 시장 구조가 상업활동 위주로 설계돼 방문객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또 상인들은 시설 노후화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천장에 설치된 아케이드를 따라 빗물이 새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로 보면 이 일대 길단위 유동인구수(1㏊당)는 2022년 127만명, 2023년 120만명, 2024년 100만명으로 감소 추세다.
이런 신중앙시장에 '새 옷'을 입힐 디자인·설계공모 당선작 명칭은 '루프 웨이브(roof wave)'다. '신당동 골목의 새로운 물결이 시장 지붕으로 이어지고, 지역 전체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당선팀은 "작은 골목들을 살려서 신당동만의 지역 정체성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곳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디자인·설계안에 따르면 신중앙시장의 낡은 아케이드는 기둥만 남겨둔 채 목재를 사용한 목구조물로 변경하고 채광을 강화한다.
관광객을 환영하는 따뜻한 시장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또 16개 골목별로 지나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출입문처럼 보이는 '열린 지붕'을 설치한다.
골목 골목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들의 취향을 고려한 것으로, 길을 찾기 쉽도록 번호 표식도 만들 계획이다.
9개의 지하 연결 입구는 그대로 유지하되 방문객이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계단식 구조물을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복잡하게 얽힌 상태로 노출돼있는 배전선도 모두 이 계단 안에 숨겨 넣어 깔끔하게 정비한다.
정문 입구에는 전통건축 느낌을 살리면서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간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륜차가 여기저기 놓여 있어 방문객이 오가기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륜차 주차장도 제안했다.
당선팀은 지난달 말 열린 상인설명회에서 "16개 골목길마다 시장 입구인 것처럼 보이는 게 디자인의 핵심"이라며 "천천히 걷고 싶은 관광객을 위한 공간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인들의 영업에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역별로 나눠서 공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도 덧붙였다.
평일 영업시간에 진행됐음에도 설명회에는 20여명의 상인들이 참석해 많은 질문을 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장종윤 신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시설이 낙후돼 방문객 유입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공사는 조금 부담되지만, 사업이 완료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 조성사업으로 한국판 '산타 카테리나' 시장을 만든다는 목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폐업 위기에 처했다가 디자인 혁신으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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