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연구개발 부문 협력업체 관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내구주행시험이 단순 운반업무가 아닌 생산공정에 가까운 업무라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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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협력업체 근로자 1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심을 대부분 수긍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상고심 과정에서 정년이 도래한 원고 1명에 대해서는 법원이 스스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했다.
원고들은 현대차(005380) 협력업체인 동인오토 등에 소속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상용시제차량의 내구주행시험 운전업무를 담당했다.
근로자들은 2003년부터 2015년 사이에 협력업체에 입사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자신들을 불법파견했다며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현대차에 자신들을 고용하라는 판결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였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가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근로자들이 현대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협력업체가 작업환경에 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원고 1명에 대해서는 근로자 지위를 확인했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현대차에 이들을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미지급 임금 상당액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러한 1심 판단에 대해 현대차가 항소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현대차가 내구주행시험에 투입할 차량과 시험의 일정, 내용 등을 직접 결정했고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남양연구소의 신차 개발·연구 과정에서 기술 및 부품의 적합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내구주행시험 업무에 몇 명의 근로자를 투입할 것인지와 시험의 일정, 순서, 내용 등은 현대차에 의하여 결정되었고, 협력업체는 그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다는 등의 사정을 이유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현대차는 협력업체와 수시로 회의를 열어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급한 작업은 문자메시지로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협력업체가 고유 자본이나 전문적 기술을 내구주행시험 업무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됐다.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구체적 판단 요소는 △제3자의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제3자 사업에 실질적 편입 여부 △원고용주의 독자적 결정권한 행사 여부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여부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보유 여부 등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의 대상 근무기간 동안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현대차의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상고심 과정에서 정년이 도래한 원고 1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원고가 현대차의 2015년 단체협약상 정년 규정(만 60세가 되는 해의 연말)에 따라 2022년 12월 31일 정년이 도래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원고는 현대차의 근로자 지위를 회복할 수 없으므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는 것이 더 이상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법원이 스스로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1심을 취소하며 이 부분 소를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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