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7일. ‘마왕’으로 불렸던 가수 신해철이 4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17일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등을 받고 고열과 복통 등을 호소하다가 열흘 뒤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신해철의 사인은 ‘소장과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장기에 생긴 구멍)’ 때문이었다. 소장·심낭 천공으로 발생한 복막염과 심낭염이 합병돼 패혈증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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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14년 10월 17일 오후 4시 45분쯤 복부 통증을 느낀 신해철이 서울 송파구 소재 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병원에서 신해철은 복강경(배에 구멍을 뚫는 방식)을 이용한 장협착증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장협착증은 장이 서로 들러붙어 장 내부가 좁아지는 질병으로, 주로 위밴드 수술이나 개복 및 복강경 수술의 후유증으로 발생한다.
사흘 뒤인 2014년 10월 20일, 신해철은 극심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해당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수술을 집도한 의사 강모씨는 “일반적인 회복과정이다. 참아야 한다”라며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한 뒤 퇴원시켰다.
이 시기 신해철은 복막염을 지나 이미 패혈증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22일 복통을 호소하며 재차 해당 병원에 입원했고, 이때 심정지 상태로 쓰러졌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0월 27일 오후 8시19분쯤 “숨을 못 쉬겠어”라는 생전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국과수는 신해철의 소장과 심낭에 각각 1㎝, 3㎜의 구멍이 뚫린 사실을 확인하고 “의인성(의사의 행위로 인한) 손상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해당 병원에서 진행한 장협착증 수술로 구멍이 생겼다는 것. 다만 구멍이 수술 중에 생겼는지, 수술 후에 생겼는지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심낭에서 발견된 구멍이 논란이 됐다. 심낭 천공은 강씨가 실시한 ‘위축소 수술’ 부위 인근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위는 애당초 수술 범위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부위였다.
강씨는 “수술 과정에서 직접적인 투관침으로 인한 손상이라든지, 직접 기구를 사용해 뚫은 사실은 전혀 없다” “소장 천공은 수술 때 생긴 게 아니라 이후에 발생했다. 어떻게 생긴 건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위축소 수술에 대해선 “위와 장이 유착된 상태라 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위벽이 약화해 위벽강화술을 실시한 것일 뿐이다. 이런 내용을 신 씨에게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신해철의 위와 소장은 유착되지 않았던 것.
신해철의 유족들이 ‘처음부터 위축소 수술에 동의한 적 없다’라고 반발하자, 강 씨는 신해철의 의료기록은 인터넷에 공개해 업무상 기밀을 누설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015년 3월 3일 강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수술 자체가 신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해도 가슴 통증이나 복막염에 대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의료 과실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안미영)는 2015년 8월 23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위반 혐의 등으로 강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강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적용해 금고 10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신해철의 의료기록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혈관 확장제와 진통제만 투여했고 결국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 “유족들에게 사과하기에 앞서 동의도 받기 전에 피해자의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노출하는 의료법 위반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2018년 5월 11일 강씨에게 징역 1년을 확정했다. 또 강씨가 신해철 유족에게 11억 9000만원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이로써 강씨의 의사면허는 박탈됐다. 의료법 제65조(면허 취소와 재교부)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1~3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교부받을 수 있다.
이 사건으로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 동의 없이 분쟁 조정절차를 개시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일명 ‘신해철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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