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사기의 표적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주요 피해자였지만 이제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같은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52억원이던 20대 이하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023년 231억원으로 4.4배 급증했다. 하루 평균 30건 이상, 피해액만 1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피해 건수는 줄었지만 1인당 피해액은 커지고 있으며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메신저를 이용한 복합형 금융사기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AI 사기 시대’다. 가족의 목소리를 모사한 인공지능 음성,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이 실제처럼 유포되며 피해자를 속인다. 과거에는 ‘음성 사기’였다면 이제는 ‘시각과 감정까지 속이는 종합 디지털 범죄’로 발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신종 사기의 주요 피해자가 금융 이해력이 낮은 청년층이라는 점이다. 사회 경험이 적고 빠른 수익이나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심리가 사기범의 주된 표적이 된다.
젊은 세대가 취약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디지털 기기에는 익숙하지만 금융문해력은 낮다. 둘째, “나도 한번에 벌어보자”는 조급함이 ‘리딩방’과 ‘가짜 투자 플랫폼’의 미끼가 된다. 셋째,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악용하는 로맨스 스캠이 급증하고 있다. 신뢰와 감정을 교묘히 이용한 이 심리전은 논리보다 감정을 겨냥한다.
이제 대응의 핵심은 ‘인식과 예방’이다. 개인은 ‘의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문자 링크나 투자 제안은 반드시 출처를 확인하고 ‘급한 송금’ 요청은 가족 본인에게 직접 통화로 확인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도 청년 대상 금융문해력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듯 ‘디지털 금융 방어력’ 또한 필수 생존능력이 된 시대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순한 홍보나 경고를 넘어 AI 탐지 기반의 사기 모니터링 시스템, 피해 계좌 즉시 지급정지, 피해금 환급 절차 간소화 같은 실질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SNS·메신저 기반 범죄는 기술과 제도가 함께 움직여야 막을 수 있다.
금융사기는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로 설명할 수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심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 진짜 현명한 소비자다. 젊은 세대의 첫 금융 경험이 좌절이 아니라 성장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는 제도를, 사회는 교육을, 개인은 습관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금융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방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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