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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76개 법안·안건을 의결했다. 대부분 여야 합의로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비쟁점 민생법안이다.
◇주말 본회의 열어 밀린 민생법안 벼락치기
국회가 이례적으로 주말, 그것도 국정감사 기간 중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한 건 그간 여야 대립으로 처리하지 못한 법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처리된 법안들 대부분도 원래 지난달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강행처리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로 여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안 중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과 이송자 간 전용 번호를 만들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유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집 지원을 위한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 임차인이 관리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지역별 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설치하는 장애인 평생교육법 등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숙원 법안이 통과되자 방청석에서 환호하거나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통과된 법안 가운데 국회기록원법 등 비합의 안건에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으나 반대 토론에 나서진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그간 시급한 인사 안건이나 대외 현안 처리를 위해서 국감 중에 본회의를 연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처음이다”며 “특히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일요일에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연 것은 민생 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1월에도 입법전쟁 예고
모처럼 여야가 고성 없이 합의로 법안을 처리했으나 여야 관계가 온전히 봉합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국민의힘은 국회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채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근엔 김 실장이 대통령실뿐 아니라 정부 인사에도 개압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시민운동을 함께해 온 최측근이다.
운영위는 29일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정쟁용’ 국감 증인 채택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이어서 김 실장이 실제 국정감사장에 설 가능성은 작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김 실장의 증인 채택에 대한 질문에 “오늘은 답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국정감사가 끝나도 여야 앞에 험로가 예고돼 있다.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이 대표적인 도화선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14→26명)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개편 △법관 인사 평가 방식 개편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사법제도 개편을 11월 중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재판소원(법원 판결까지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제도)와 법 왜곡죄(판사·검사가 법리를 왜곡해 사실을 조작하거나 잘못된 기소·판결을 하면 처벌하는 제도)까지 당론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정 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당 의원총회에서 “법원도 실수할 수 있고 인혁당(인민혁명당) 사례에서 보다시피 악의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법은 헌법 아래 있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재판소원·법 왜곡죄)도 한번 진지하게 토론해 볼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종료 후 본격적으로 사법개혁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사법부 장악을 위한 것이라고 반발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법 왜곡죄에 대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건드리면 전부 감옥 보내겠다는 선언이자 반헌법적 협박성 경고”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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