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北에도 트럼프 연이은 러브콜…깜짝 회동 가능성은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밝혔다. 북한에 대해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평가까지 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은 자신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하는데 요구를 수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글쎄, 나는 그들(북한)이 일종의 핵 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식적인 핵보유국 인정 여부와는 별개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몇 개의 (핵)무기를 가졌는지 알고 있고, 그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서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회동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김 위원장 측에) 알려줬다. 그도 내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만남에 대해) 100% 열려 있다.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낸다”라고도 답했다.

여기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일주일간 북한이 최근 판문점 시설 청소와 풀뽑기, 화단정리 등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최근 일년간 없었던 동향이다. 이에 북한 역시 북미 회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이미 남북공동경비구역(JSA)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가 APEC 기간 판문점 특별견학을 중단한 사실도 알려졌다.

물론 이 같은 미국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 외교수장인 최선희 외무상 역시 자리를 비울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러시아 연방 외무성과 벨라루스 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러시아 연방과 벨라루스 공화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날짜나 방문목적은 보도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주요 일정에 최 외무상이 늘 동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간 회동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희망적 관측은 여전하다.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깜짝 회동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X(당시 트위터)로 돌발 제안을 한 후, 단 32시간 후 북미간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만큼, 막판 타결은 가능하다는 평가다.

북한이 지난 22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 역시 국제사회를 향해 존재감을 과시하며 ‘관심 끌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석좌교수는 “회동 자체를 거부한다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가 발신될 경우, 최 외무상의 방러 연기 또는 방러 기간 단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