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이라는 이름의 '1만30원 짜리 전공의' 혹사···대법원서 병원 철퇴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수련이라는 이름의 '1만30원 짜리 전공의' 혹사···대법원서 병원 철퇴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0-26 10:28:00 신고

3줄요약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대한민국 수련병원에서 젊은 의사, 전공의들은 오랜 기간 동안 '수련의'라는 미명 아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이들은 주당 최대 80시간,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받은 시간당 임금은 고작 1만30원 가량의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병원들은 이들의 초과 근무를 계약서상의 급여에 이미 포함된 '포괄임금'으로 간주하며 수당 지급을 교묘하게 회피해 왔다. 이 불합리한 관행은 근로기준법을 잠탈 회피하는 구조적 불법행위로 지적되어 왔다.

 마침내 사법부가 소송을 제기한지 8년만에 이 관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2017년 응급의학과 전공의 3명이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등 3명은 병원을 상대로 8년 넘게 벌인 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전공의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병원 측이 1인당 1억 7천만 원대의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확정한 것이다. 

1. 전공의 '수련생' 아닌 '근로자'임을 확인

 대법원은 전공의를 교육생이나 수련생이 아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명백한 근로자로 최종 확인했다. 이는 전공의의 지위를 제한하여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려던 과거의 관행적 시각과 결별하는 최고심의 판단이며, '전공의 근무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최초의 최고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법적 의미가 크다.

따라서 이들의 근무 시간이 법정 기준인 주 40시간을 초과했다면, 병원은 당연히 연장 및 야간 근로수당(가산수당 포함)을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

 2. 병원의 논리 '포괄임금제' 무력화시켜

 서울아산병원 측은 소송 내내 '전공의의 특수성' 때문에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고, 이미 급여에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된 '묵시적 포괄임금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주장을 단호히 배척했다.

포괄임금제는 원래 근로시간 산정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특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법리다. 그러나 법원은 병원 근무 시스템상 전공의의 실제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산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즉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데도 포괄임금 약정을 내세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회피하려는 의도, 즉 잠탈로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참탈이란 법으로 부여되지 않은 권한을 무단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로써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최저 근로조건을 '특수성'을 이유로 침해하려는 모든 시도에 강력한 제동을 걸다.

3. 전공의 '당직비'도 통상임금에 산입

 이번 소송에서 전공의 1명당 1억 7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초과 임금이 확정된 결정적 이유는, 초과근무수당의 계산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업무수당, 상여금, 명절상여, 그리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전공의당직비와 당직비 등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당직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은, 병원 측이 단순 대기나 교육 활동의 보상이라고 주장했던 당직 근무가 사실상 병원 운영에 필수적인 '근로'의 대가임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다. 통상임금(분모)이 커지면, 이를 기준으로 계산되는 연장 및 야간 근로의 가산수당(150%) 총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집단 소송의 초읽기: 병원들의 재정 압박

대법원 판결은 전공의들의 집단 소송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미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은 이 판결을 환영하며, 왜곡된 임금체계를 밝히기 위한 근로조건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정부(보건복지부) 및 수련병원협의회에 공식적인 교섭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수련 병원들은 과거 수년간 발생한 초과근무수당을 소급하여 지급해야 하는 막대한 재정적 충격에 직면했습니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앞으로 모든 초과 근무에 150% 가산 수당을 정당하게 지급해야 하는 압박은 병원 경영진에게 '주 80시간 체제'를 재정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일부 병원 측에서는 인건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전공의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이는 필수 의료 분야의 인력난과 의료 공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공의법의 모순과 구조 개혁의 강제

이번 판결은 기존 전공의법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전공의법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의 최저 기준(주 40시간)에 대한 보상 기준까지는 포괄하지 못했다. 2심 재판부가 계약서상의 '주 80시간' 약정을 근로기준법 기준으로 무효라고 판단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전공의법의 주 80시간 상한은 '노동의 양'을 제한하는 기준으로는 유효할 수 있지만, '노동의 대가'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의 주 40시간 기준과 가산수당 지급 의무가 강행된다는 점이 확립됐다. 한국 의료 시스템이 전공의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에 의존해 왔음을 사법적으로 확인시킨 셈이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