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엄마의 피 속에 남은 '영원한 화학물질(PFAS,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이 아이의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스웨덴·캐나다 공동 연구팀은 임신 중 엄마의 혈액에서 PFAS 농도를 측정하고, 아이가 5세가 되었을 때 뇌 MRI를 촬영해 구조적 변화를 비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 지구 건강(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게재됐다.
◆ 엄마 혈액 속 PFAS, 아이 뇌 연결망 변화시켜
PFAS는 내열성·내수성·내유성 등 뛰어난 특성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식품 포장재, 코팅제, 방수 섬유,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 물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인체와 환경에 장기간 축적되는 성질이 있어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린다.
연구팀은 51쌍의 임신부와 아이 데이터를 분석했다. 임신 중 엄마 혈액에서 PFAS 수치를 측정하고, 아이가 5세일 때 MRI를 통해 뇌의 회백질(gray matter), 백질(white matter), 그리고 뇌 연결망(connectivity)을 살폈다.
PFAS 농도가 높았던 일부 사례에서는 좌우 뇌를 잇는 '뇌량(corpus callosum)'의 두께와 구조적 연결성에 변화가 관찰됐다. 또 시각·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occipital lobe)과 정서 반응을 조절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 부위에서도 미세한 부피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인지나 행동 기능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 '보이지 않는 오염'…태아기부터 시작된다
PFAS는 인류가 만든 거의 모든 환경에서 검출된다. 강수, 해양, 토양은 물론 인간의 혈액과 모유에서도 잔류 흔적이 보고됐다. 이미 전 세계 성인의 97% 이상이 혈중 PFAS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임신 중 노출된 PFAS는 태반을 통과해 태아의 순환계에 유입될 수 있으며, 이번 연구는 그 노출이 뇌 발달의 특정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태아기의 노출이 이후 신경 발달 경로에 미세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PFAS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한 번 유입된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연구자들은 "임신부와 영유아가 PFAS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만큼, 노출 저감을 위한 환경 정책과 생활습관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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