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정”…프랑스, 무디스 신용 전망 ‘부정적’ 하향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의 향후 신용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공공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사진=AFP)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전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영국이나 체코 등과 같은 기존 Aa3로 유지하되 신용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전망 등급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로 한 결정은 국가 정치 지형의 분열이 프랑스 입법 기관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저해시킬 위험이 커졌음을 반영한다”며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은 재정 적자 증가, 부채 부담 증가, 차입 비용의 지속적인 증가 등 주요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정부의 능력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에 앞서 지난달 피치가 프랑스의 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이는 영국보다 낮고 벨기에와 같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두 국제신용평가사 모두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재정 위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최근 1년 동안 프랑스 국회는 예산안을 둘러싸고 2명의 총리를 해임시켰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현 총리는 공공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을 중단하라는 야당의 압력에 이를 차기 대선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까스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금 개혁은 공공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무디스는 이러한 개혁 중단이 이어질 경우 프랑스의 재정 부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잠재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정책적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는 프랑스의 제도적 역량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지출을 억제하거나 세입을 늘리는 예산이 부재할 경우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현재 예상보다 장기간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디스는 “프랑스가 신용 리스크 대응 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징후를 보일 경우 추가 강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재정적자 통제 실패나 구조개혁의 장기적 중단 또는 후퇴, 특히 연금 개혁과 관련된 경우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무디스는 부연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무디스의 이번 신용 전망 결정 이후 “정부는 2029년까지의 적자 감축 목표를 향해 야심찬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무디스의 신용 전망 하향이 “예산 타협의 절대적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공개된 일간지 라크루아와 인터뷰에서 “2026년 예산 논의 중인 의원들은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8%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9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3% 이하로 낮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 내년에는 최대 4.8% 이내의 적자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며 “이 3%는 단순한 유럽연합 규정이 아니라, 국가 부채를 안정화하기 위한 임계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