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도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국정원 수사관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해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A씨 등은 지난 2015년 8월께 충남 서산의 한 캠핑장에서 비밀녹음장치를 이용해 민간인들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대학교 학생조직에서 활동했던 제보자 B씨를 유급정보원으로 채용하고 지하혁명조직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이들은 B씨로부터 지하혁명조직 소속 선배에게 가입을 권유받고 곧 '총화'(지하조직 활동 적격성 확인 절차)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캠핑장을 미리 답사하면서 캐러밴 내부 구조를 확인하고 비밀녹음장치를 제작해 대학생들의 대화를 5시간 가량 녹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B씨가 국정원에서 활동한 사실을 폭로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다른 사람의 대화를 감청하고도 법원으로부터 사전·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긴급 감청에 따른 사후 허가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대화 녹음은 제보자의 적극적·자발적 의사에 의해 이뤄졌고 제보자 요청에 따라 녹음장치를 설치해 줬을 뿐 대화녹음의 주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등이 제보자에게 녹음장치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주도적으로 녹음 계획을 실행했다고 보고 각 징역 6~10개월 및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수사관들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은 타인 간 사적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써, 직무 특성상 이런 위법행위를 조심해야 하는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실이나 실수에 의한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결과를 뒤집고 A씨 등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녹음 당일 A씨와 B씨 사이에서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살펴봤을 때 진술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선후배 변호사와 기자들을 만나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정보원 활동 대가로 10억원을 요구하는 등 허위 진술을 했을 동기가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유죄의 증거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유일한 증거인 제보자의 진술이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을 확신하게 할 증명력 가진 증거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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