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제도 실효 임박…국회 당장 입법 나서야[상속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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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제도 실효 임박…국회 당장 입법 나서야[상속의 신]

이데일리 2025-10-26 09:12: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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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작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우리 민법상 유류분제도에 대해 역사상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유류분제도의 근본 취지는 헌법에 합치된다고 하면서도,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 결정에 따라 국회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현행 유류분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1977년부터 시행되었던 유류분제도가 50년도 안 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그 사라지는 이유가 국회가 일하지 않아서라면 타당한 이유가 될까? 국민이 이해할까?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상속인의 최소한의 상속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상속은 피상속인과 상속인과의 대화이다. 피상속인이 상속할 자유가 있다면, 상속인 또한 상속받을 권리가 있는 법이다. 헌재는 당시 이 제도가 가족의 연대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로서 헌법적 정당성을 지닌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구체적 구성과 비율, 적용 범위에 일부 불합리가 있어 보완이 필요할 뿐이지 제도의 폐지까지 주문하지 않았다. 문제는 국회가 입법을 정한 시기까지 하지 않으면 제도가 통째로 사라져 무력화된다는 점이다.

헌재는 유류분제도의 핵심적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합헌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먼저, 유류분 산정방식(민법 제1113조)과 증여가액의 산입범위(제1114조)는 상속인의 보호와 거래안정을 조화시킨 합리적인 규정이라 하였고, 유류분 반환청구제도(제1115조, 제1116조) 역시 과도하지 않으며, 입법목적과 수단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았다.

다만, 형제자매를 유류분권리자로 포함한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위헌으로 판단하였고,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의 비율 규정(제1~3호), 기여분 규정의 준용 제외(제1118조)는 헌법불합치로 판시하였다.

이는 유류분 제도의 전면 폐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헌재는 유류분이 상속인의 생존권과 피상속인의 자유 사이의 균형점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즉, 헌재의 결정은 유류분을 없애려는 선언이 아니라, 유류분을 더 합리적으로 존속시키라는 명령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회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민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유류분제도의 근거 조항은 실효된다. 이 경우 유류분 반환청구는 물론 상속재산 분할, 증여계획, 유언 집행, 상속세 납부 등의 상속 관련 사안들이 모두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피상속인은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상속 설계해야 할지 예측할 수 없고, 상속인은 법이 보호하는 상속권을 주장할 근거가 사라진다. 변호사나 법원 입장에서도 유류분 소송 진행의 기준이 불분명해진다. 아직 당사자들과 법률가들은 혹시 국회가 그때까지는 입법을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정치싸움만 하는 국회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들고 있다. 국민의 생활에 다가가는 정치를 한다는 선거 때의 약속은 잊었는지 궁금하다.

유류분제도는 단순히 가족 간 재산 다툼을 조정하는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부모의 재산이 한 자녀에게만 쏠리지 않도록 하고, 형제자매 간의 인간적 유대를 지켜주는 사회적 안전망의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입법이 지연되어 제도가 사라지면, 가족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또한 상속인 보호 장치가 약화하여 부양 의무를 다한 자녀보다 그렇지 않은 자녀가 오히려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는 불합리한 결과도 생길 수 있다. 국회가 헌재의 결정을 방치한다면, 이는 단순한 입법적 지체가 아니라 국민 기본권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입법부의 무책임은 결국 국민의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

헌재는 유류분제도의 합헌적 핵심을 인정한 채, 위헌적인 요소만 고쳐 국민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라고 했다. 이제 국회가 할 일만 남았다. 국회는 유류분 제도의 존속과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직계비속과 배우자·직계존속의 유류분 비율은 현실적 가족구조와 부양기여도를 반영해 조정할 필요가 있고, 기여분 제도를 유류분 산정에 반영함으로써 피상속인 부양에 기여한 가족의 노력을 공정하게 인정해야 하며, 증여 및 유증 시점을 합리화하여 거래 안정성과 상속인 보호를 해야 한다.

입법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직결된 일이다. 법의 공백은 언제나 약자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유류분제도가 사라지는 것은 단지 한 법률조항의 소멸이 아니라, 가족 간 신뢰와 정의의 균형이 무너지는 일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지금 당장 입법 준비를 시작하여 기한을 준수하여야 한다. 지금 즉시 일하는 국회가 되어 국민의 삶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라.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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