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떠들썩한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문(16일)을 손에 받은지 일주일여 만인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케임브리지대에서 강연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그는 강연 내용 이외에 일체의 다른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소영 관장은 '고전 회화와 인공지능(AI):한국 예술 및 기술의 전통과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면서 "개선문 밑에 사람들이 (차량처럼) 줄 서 있는 상황"이라는 말을 강조해 더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강연 시작과 함께 먼저 "어? 의식이 없는데, 예술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담론을 시작했다고 한다. 노소영 관장이 이같은 질문을 던진 배경에는 현재 일부 철학적 담론의 끝에 있는 사람들이 "지능(기술적 역량)만 있으면 되지 왜 의식(양심)이 필요한데?"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해, 이러한 사고의 확산이 자신은 "겁이 난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 논의가 기술적 역량 자체만 집중해, 정작 예술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노소영 관장이 정의한 의식이란 '도덕적 책임감''양심 의식''주관적인 성찰 능력(후회 등)'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회 같은 감정은 '개선문 밑에 사람들이 차량처럼 줄지어 서 있는 상황에 대한 윤리적·주관적 반응이며, 이는 기술적 역량(지능)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핵심적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복잡한 말처럼들리지만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개선문은 보통 전쟁의 승리나 위대한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다. 여기서는 인공지능이나 첨단기술의 발전이 이룩한 최고의 효율과 지능의 승리를 뜻한다. 따라서 개선문=기술적 승리와 성공의 상징인 셈이다.
*차량처럼에서 차량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대로 움직이는 기능적 도구를 말한다. 차량은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거나,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 후회하거나, 양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차량처럼) 줄지어 선 사람들은 인간이 차량속 부속품처럼 기능적인 도구가 됐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개별적인 꿈, 윤리적 판단,주관적인 성찰(후회)없이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정한 효율과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표현다.
한마디로 말하면 노소영 관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기술이 모든 것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효율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인간이 아니라, 정해진 길을 가는 기계의 일부 부속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따라서 노소영 관장이 언급한 '개선문 밑에 사람들이 차량처럼 줄지어 있는 상황'이란 인간이 '부속품'이 된 세상에 대한 경고라고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가치는 사라지고 기계와 같은 존재로 전락할 위험을 꼬집은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인간성 상실과 비인간화된 사회를 경고하는 강력한 메타포(비유)인 셈이다.
특히 이런 발언 끝에 노소영 관장은 '후회'와 '양심의식'의 중요성을 한번더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은 인간과 같이 '후회할 수 있는 윤리적 감정'이나 '양심 의식'이 없음을 지적했다. 바꿔말하면 이런 의식이 없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AI) 입장의 테이터 처리 관점에서는 사람들이 개선문 밑에서 줄지어 선 이 상황이 가장 효율적인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인공지능(AI)에게는 "이런 상황은 잘 못된 일이야"라고 후회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오직 인간만이 "이건 인간의 존엄성을 잃은 비극적인 상황이다"라고 판단하고, 후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강연에서 노소영 관장은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대가의 작품을 모방하더라도 그것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지능)일 뿐, 내재된 도덕적 주관적 의식이 없다면 진정한 예술적 의도나 문화적 공명력을 가질 수 없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바꿔말하면 '의식(양심)없이 생산된 예술은 근본적으로 가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얘기다.
노소영 관장의 결론은 단호했다.
"예술은 인간이 해야 되는 거다."
그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예술 창작의 주체가 인간에서 '비인간 시스템'으로 바뀔수 있다는 포스트 휴먼적 관점을 자신은 한마디로 거부한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시대가 발전해도 기술적 역량(지식)은 예술을 생산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창의적인 행위와 윤리적 방향을 이끄는 예술은 결국 인간이 해야 된다는 결론이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