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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000150)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로 묶인 지분 19.6%) 인수를 위한 세부 실사 및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논의 중이다. 기존에 경쟁하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중도 포기하면서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인수 과정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실트론의 전체 기업가치는 5조원으로 평가된다. 이중 부채(3조원)를 제외한 실제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1조5000억~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조(兆) 단위 덩치를 자랑하는 만큼 단독 인수가 가능한 대형 사모펀드가 유력 원매자로 꼽혔으나,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해 9월 이후 인수 경쟁에서 모두 이탈한 후 두산그룹이 단독으로 남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 로보틱스·에너빌리티 주가 뛰자…활용 나선 두산
두산은 올해 들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수천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지난 2분기 두산로보틱스 지분(68%) 중 33%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30.4%)을 담보로 각각 5500억원과 3600억원 등 총 9100억원을 조달했다. 두 건의 주식담보대출을 포함한 두산의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272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두산은 이달 들어 두산로보틱스 지분 14~16%를 기초자산으로 한 7000억~8000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추진 중이다. PRS는 보유 지분을 직접 매각하지 않고 해당 주식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만 금융기관에 주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지분율 희석 없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SK, 롯데, 에코프로그룹 등이 보유 중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PRS로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두산은 해당 PRS 조달금 중 5500억원을 앞선 두산로보틱스 지분 담보 대출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PRS 대출 상환 잔액(1500억~2500억원)을 더한 현재 두산의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사실상 두산 단독으로도 SK실트론 인수가 가능한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 SK실트론 인수 시 반도체 밸류체인 ‘완공’
SK실트론의 덩치가 워낙 큰 만큼 두산이 재무적 투자자(FI)를 확보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 사모펀드들은 두산 측에 공동 투자 혹은 메자닌 방식의 투자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산은 과거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분쟁에서 사모펀드 등 FI와 분쟁을 겪은 이력이 있는 만큼 단독 인수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두산이 SK실트론을 품을 경우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수직 계열화가 기대된다. 특히 두산그룹 내 전자BG(소재)-SK실트론(웨이퍼)-두산테스나(후공정 테스트) 간 연결 시너지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현재 두산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로보틱스·에너지·반도체 3대 축 산업구조로의 체질 전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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