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 때문이다. 은행 예금과 대출 금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정책에 주목하는 이유다. 시장금리 가늠자다. 한은은 7·8·10월 세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갔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자, 시장금리가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동결은 금리 안정’이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주담대 금리는 상승
통화정책 완화의 선제조건인 부동산과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0월 한은의 기준금리는 동결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85%의 응답자가 동결을 전망했다.
지난 23일 한은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기존 2.50%)를 동결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은행 예금·대출금리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기준금리는 은행 예금·대출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시장금리의 나침반이기도 하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이는 은행 자금조달 비용 감소로 이어져 예금·대출금리도 낮아진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 반대다.
◇정책금리 인하 지연 관측에 시장금리 상승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KB국민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3~5.13%로, 지난달 초 대비 금리 하단이 0.13%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하나·우리은행 주담대 금리도 하단이 0.099~0.14%p 상승했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시장금리에 편승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달 1일 2.851%에서 23일 2.936%로 0.085%p 올랐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짙어지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대한 인식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시장 상황이나 통화정책을 선반영한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고,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대출금리가 올랐다”고 말했다.
◇연말 예금 유치 경쟁에 자금조달 비용 증가
은행의 영업 관행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예금을 유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예금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원(WON)플러스 예금’ 최고금리를 기존 연 2.55%에서 2.60%로 0.05%p 올렸다. 하나은행은 지난 2일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2.55%에서 2.60%로 0.05%p 상향했다.
◇‘금리 동결=금융 안정’ 공식 붕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더 이상 ‘금리 동결=금융 안정’이라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되레 시장금리를 부추기고 체감금리만 끌어올리고 있다. 은행의 연말 고객 유치 경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고, 차주들의 대출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은의 신중한 통화정책은 실물경제에 보이지 않는 ‘대출금리 인상’ 요인이다. 부동산·환율 불안정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면서 정책금리를 체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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