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향한 행동주의 공세, 해프닝으로 끝나나[위클리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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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향한 행동주의 공세, 해프닝으로 끝나나[위클리IB]

이데일리 2025-10-25 01:42:30 신고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LG화학(051910)이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자본의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회사를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며 경영 개선을 요구한 데 이어,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이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

한때 주가 100만원을 넘나들던 LG화학 주가는 현재 30만원 대에 머물고 있다.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모회사 가치가 과도하게 할인받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가 그 불만을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LG화학이 행동주의펀드가 제시한 공세적 주가부양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업황 부진과 재무여건 악화 속에서 주주환원이 아니라 유동성 방어를 우선으로 삼을 것이라는 평가다.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을 일체 무시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판 리스크만 있을 뿐,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한몫 한다.

(사진=연합뉴스)


◇ “LG엔솔 지분 내놔라”...LG화학에 공세 나선 행동주의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팰리서캐피털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LG화학이 내재가치 대비 약 73%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의 가치만 80조원에 달하지만, 정작 모회사 시가총액은 24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팰리서캐피탈은 이 괴리의 원인으로 △거버넌스 신뢰 훼손 △수익률 중심 자본배분 부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 미흡 등을 꼽았다. LG화학이 스스로 보유한 핵심 자산을 제대로 시장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팰리서캐피털은 국내에서도 낯익은 이름이다. 팰리서캐피털은 과거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제동을 걸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인 제임스 스미스가 지난 2021년 설립한 행동주의펀드다. 현재 운용자산은 약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 규모로, 지난 2023년 삼성물산과 2024년 SK스퀘어 지분을 각각 사들인 뒤 주주 제안을 통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국내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의 저평가를 개선할 첫 단계로 이사회 구성과 보상체계를 개선해 경영진 책임성을 높이고, 두 번째로 수익률 중심의 자본배분 원칙을 세우며, 세 번째로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는 장기적인 디스카운트(저평가)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부분은 세 번째 제안이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이 일반주주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하되 그 대가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지급하는 주식교환형 자사주 매입을 제시했다. 이 방식을 쓰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기적 저평가 해소 방식으로는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부와 LG에너지솔루션을 합병해 재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LG화학의 현재 첨단소재사업부를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 아래에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두고 두 회사를 합병하라는 제안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석유화학·생명과학 부문을 담당하는 LG화학과 배터리·소재 중심의 LG에너지솔루션을 직접 지배하게 된다는 논리다. 팰리서는 이 같은 구조 개편이 실현될 경우 LG화학의 시가총액이 현재의 24조원에서 93조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LG화학 수용 가능성은 낮아...무시해도 불이익 없다

팰리서캐피탈의 자사주 매입 주장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LG화학은 과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동종 화학사들과 차별화된 평가를 받았다. 범용 나프타 분해 제품(NCC) 중심의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과 달리, LG화학은 ABS·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았고,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돼 상장되면서 이같은 구조가 흔들렸다. 배터리 부문의 성장성과 시장 프리미엄이 빠져나간 반면, 원재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석유화학 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회계상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은 연결로 반영되지만, LG화학은 사실상 ‘배터리 기업의 모회사’가 아니라 ‘전통 화학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팰리서캐피탈의 공개 제안이 일시적 논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이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이야기다. LG화학의 현재 재무적 처지와 업황을 감안하면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최근 회사가 택한 행보만 봐도 현재의 최우선 과제가 유동성 확보임을 알 수 있다. LG화학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담보로 약 2조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거래를 추진했다. PRS는 주식을 팔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핵심 자산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담보로 써야 할 만큼 유동성이 빠듯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 지분을 주주환원에 활용할 여력이 없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셈이다.

게다가 LG화학의 최대주주는 LG(31.52%)로, 팰리서캐피탈의 1% 내외의 지분으로는 논란을 만들 수는 있어도,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국민연금(8.31%) 등 주요 기관투자자도 공개 행동주의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 분할상장 결정 과정에서 핵심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를 배제했다는 점에서도 1%대 지분을 가진 팰리서캐피탈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LG화학이 팰리서캐피탈의 제안에 무대응으로 일관해도 사실상 큰 불이익은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평판 리스크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주 친화성이 낮고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장기적 측면에서 자본조달과 밸류에이션 회복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과제인 유동성 방어에 집중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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