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은 모하메드 살라의 최근 부진에 대해 “그건 내가 걱정해야 할 마지막 문제”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살라의 발끝이 무뎌진 이유는 단순한 폼 저하가 아니라, 팀 구조의 변화와 오른팔 같았던 동료의 부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살라는 평생 골을 넣어온 선수… 곧 다시 터질 것”
슬롯 감독은 24일(현지시각)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살라의 부진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살라는 평생 골을 넣어온 선수입니다. 내가 가장 덜 걱정하는 건 그가 다시 골을 넣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곧 다시 할 겁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주역이었던 살라는 29골 18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히 팀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33세가 된 살라가 리그 3골에 그치며 예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나이와 체력 저하, 그리고 팀의 전술 변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슬롯 감독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오랜 시간 오른쪽에서 함께 뛰었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도 분명 영향을 미쳤다”며 “그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지면서 살라의 경기 감각이 완전히 새로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BBC 분석, “문제는 나이보다 구조, 팀이 살라를 ‘잃었다’”
BBC 스포츠의 수석기자 앤디 크라이어는 “살라의 골 침묵은 단순한 폼 저하가 아니라 리버풀 공격 체계의 재구성에 따른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 리버풀은 공격진 보강에 약 4억 1,500만 파운드(약 7,958억 원) 를 투입하며 알렉산더 이삭, 플로리안 비르츠, 위고 에키티케 등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살라의 공격 루트와 리듬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BBC는 통계 분석업체 옵타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렇게 밝혔다.
“지난 시즌 알렉산더-아놀드가 살라에게 보낸 ‘라인을 깨는 패스’는 총 147회로,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조합이었다. 두 선수가 함께 뛴 33경기에서 살라는 27골을 넣었고, 경기당 평균 3.5회의 슈팅과 10.5회의 상대 박스 내 터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알렉산더-아놀드가 결장한 12경기에서는 골이 단 4개로 줄었고, 그중 2골은 페널티였다. 터치는 7.2회로 감소했고, 페널티 제외 기대 득점은 0.48에서 0.3으로 떨어졌다.”
즉, 단짝 풀백의 부재는 살라의 공격 효율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셈이다.
■ ‘슈팅·드리블·터치’ — 리버풀 공격 데이터 급감
BBC가 제시한 세부 지표는 이 현상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 상대 박스 내 터치 수: 지난해 평균 9.6회 → 올 시즌 6.2회
- 평균 드리블 시도: 지난해 3.4회 → 올 시즌 1.6회
- 드리블 성공률: 경기당 0.8회 → 올 시즌 0.3회
- 페널티 제외 슈팅 수: 커리어 최저치
- xG(기대 득점): 리버풀 합류 이후 최저
이 수치는 단순히 ‘골이 안 들어간다’는 문제를 넘어, 살라가 이전처럼 공을 받을 위치에 서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BBC는 “리버풀은 살라를 그만큼 덜 찾고 있으며, 그 또한 예전만큼 박스 안에서 공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슬롯의 전술, 여전히 조율 중”
슬롯 감독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살라를 벤치에 두고 새로운 공격 조합을 실험했다. 알렉산데르 이사크, 위고 에키티케, 플로리안 비르츠를 동시에 선발로 내세운 새로운 4-3-3 전형은 5-1 대승을 거두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경기 중 이삭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이번 주말 브렌트퍼드전에서는 살라가 다시 선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슬롯은 “새로운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여름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살라를 비롯한 모든 공격수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다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너무 일찍 살라를 의심하지 마라”
BBC는 기사 말미에서 “지금 살라를 의심하기엔 너무 이르다"라며 그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임을 상기시켰다.
앤디 크라이어 기자는 “2023-2024시즌 막판에도 살라는 리그 마지막 9경기에서 단 1골만 넣으며 ‘하락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곧바로 리그 득점왕으로 반등했다”며 “그는 언제나 반전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전 리버풀 풀백 스티븐 워녹 역시 BBC 라디오 5 라이브에서 “살라를 약간 화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는 도전받을 때 가장 무서운 공격수가 된다”고 평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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