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떠나자마자 노팅엄 포레스트가 마침내 숨을 돌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이후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션 다이치 감독의 첫 경기에서, 노팅엄은 2025-2026시즌 UEFA 유로파리그 리그페이즈 3차전 FC 포르투전에 완벽한 2-0 승리를 거두며 잔뜩 가라앉아 있던 시티 그라운드에 환호와 안도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글로벌 스포츠웹진 디애슬레틱은 이 경기를 두고 “우리는 우리의 포레스트를 되찾았다(We’ve got our Forest back)”는 현지 팬들의 함성을 인용하며, “이날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잘못된 시대의 종언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고 평했다.
■ ‘혼돈의 포스테코글루 시대’ 마감, 다이치식 ‘질서와 근본’이 돌아오다
이번 승리는 단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디애슬레틱은 “포레스트는 최근 10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으며, 그중 8경기는 포스테코글루 체제 아래에서 치른 경기였다”며 “근래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감독 임명 중 하나였다”고 비판했다.
그 혼돈 속에서 다이치 감독이 보여준 것은 ‘간결함’이었다. 그의 번리와 에버턴 시절처럼 복잡함 대신 명확함, 화려함 대신 헌신이 돌아왔다. 포리스트는 조직적이고 규율 잡힌 모습으로 재탄생했고, 오랜만에 ‘싸울 준비가 된 팀’처럼 보였다.
디애슬레틱은 “포스테코글루가 팔짱을 끼고 먼 곳을 바라보던 무기력한 그림자였다면, 다이치는 끊임없이 손짓하고 외치며 에너지를 전염시켰다. 그 열정이 그대로 경기장 위에 투영됐다”고 묘사했다.
■ 단순함이 만든 승리, 명확한 역할 속에서 되살아난 선수들
이번 경기는 그가 얼마나 빠르게 팀을 ‘리셋’시켰는지를 보여줬다. 다이치는 포리스트를 다시 4-2-3-1 전형으로 돌려세웠다. 이 시스템은 이전 누누 산투 감독 시절 성공의 기반이었던 구조로, 선수들에게 익숙한 포지션과 역할을 부여했다.
왼쪽에는 칼럼 허드슨-오도이, 오른쪽에는 다닐 은도예가 배치됐고, 전방에서는 이고르 제수스가 끊임없이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중원에서는 더글라스 루이스와 엘리엇 앤더슨이 공수를 잇는 안정감을 제공했고, 모건 깁스-화이트는 중앙 10번 역할에서 창의성과 활력을 더했다.
두 번의 페널티킥으로 골이 만들어졌지만,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비진의 안정감이었다. 니콜라 밀렌코비치와 무리요는 ‘앙지볼’의 불안정한 빌드업 대신 단순하고 단단한 수비로 돌아왔고, 골키퍼 마츠 셀스는 20경기 만에 첫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 “이제야 숨을 쉴 수 있다” – 선수들이 체감한 변화
경기 후 깁스-화이트는 TNT 스포츠 인터뷰에서 “오늘 밤 이제야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다이치) 감독님이 오시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겼고, 팀 사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우리가 가진 팀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싶다고 감독님이 말했다. 그 말을 선수들이 그대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치는 훈련 첫날부터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을 되찾게 했다. 디애슬레틱은 “훈련 중 다이치는 불시에 ‘마운트!’라고 외치며 선수들에게 서로 업히게 했다. 웃음이 터졌고, 오랜만에 시티 그라운드에는 웃음과 경쟁심이 동시에 돌아왔다”고 묘사했다.
■ ‘노팅엄의 아들’ 다이치, 다시 돌아온 뿌리의 힘
이번 경기는 단순히 전술적인 변화 이상의 감정이 깃든 복귀전이었다. 다이치 감독은 1980년대 후반 노팅엄 아카데미 출신으로, “언제나 이 문양을 가슴에 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의 함성 속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킥오프 전, 노팅엄 전설 이언 원과 스티브 스톤이 선수들을 이끌고 나와 관중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다이치는 그 순간을 “그저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경기 종료 후에는 ‘록킹 올 오버 더 월드’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고, 인근 식당 에바스 그릴에서 포리스트가 이길 때마다 터뜨리는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디애슬레틱은 “이건 단 한 경기일 뿐이지만, 노팅엄은 분명히 다시 살아났다. 복잡함을 버리고 본질로 돌아간 결과”라며 “이 팀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고, 팬들은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노팅엄 포레스트 공식 엑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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