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를 대상으로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조원철 현 법제처장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동시에 출석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원철 현 법제처장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 사건에 대해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처장이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국감 현장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내란 안가모임'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자 "잘못한 것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법사위 법제처 국감에서 조 법제처장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범죄 5개, 범죄 사건 12개의 혐의 있는 그런 대통령이 세상에 어디 있냐"는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법제처장은 "심지어 가장 대표적인 대장동 사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변호인단을 했기 때문에 잘 안다"며 "무고한 대통령을 그렇게 검찰 권한 남용해서 기소한,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이 대법원 접수 35일 만에 파기 환송한 사례를 보셨냐, 왜 조희대 대법원이 이런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법제처장은 "못 봤다"며 "결국은 (대법원이)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힘 "대장동 변호사, 이해충돌...홍위병 역할"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처장이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송석준 의원은 조 처장을 향해 "직전에 이 대통령 재판을 맡았던 분이 지금 법제처장에 와 있다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조 처장을 비롯한 이 대통령 사건 변호인단 일부가 대통령실 비서관, 금감원장 등에 발탁된 것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공직이 사유물인가. 대통령이 자기를 변호하던 변호사들을 공직 구석구석에, 그것도 이해충돌 소지가 직접 있는 법제처장 같은 자리, 게다가 대통령실에 우르르 성 쌓듯이 자리를 메웠다"고 주장했다.
신동욱 의원은 조 처장이 '이 대통령이 받는 12개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을 두고 "충격적"이라며 "심각한 공직 중립성 위반이고 정치 관여다. 위증의 문제가 아니고 탄핵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진우 의원도 조 처장에게 "(이 대통령) 변호사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 대통령)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왜 판결을 법제처장이 미리 하느냐. 법조인 출신이면서 사법부 독립을 너무 침해하는 발언"이라고 질책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금 답변하시는 것을 보면 알량한 법 기술을 (법을) 왜곡하는 데 써서 한마디로 홍위병 역할을 하실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조 처장은 "대통령의 인사가 보은 인사라든가 변호인에 대한 보답이라고 일각에서 얘기하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잘 아는 사람들, 같은 가치관과 소신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자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보은이나 보답 차원에서라면 지금 대장동 변호인들 모두 다 공직에 있어야 할 것이다. 전체 수백 수천의 공직에 비하면 (변호인 등용은) 굉장히 미미한 수치"라고 해명했다.
'4년 연임제 李대통령 적용되냐' 묻자…현 법제처장 "국민 결단 문제"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에 대해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조 처장에게 "정부가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내더라도 이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헌법에 의하면 그렇다"고 답했다.
곽 의원이 이어 "여권 인사들이 연임 적용 여부에 대해 애매모호하게 말하고 있다"며 법제처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자, 조 처장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그 점에 대해서는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곽 의원은 "그런 말씀 자체가 애매한 것"이라면서 "헌법 규정상 (미적용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은 조 처장에게 "애매하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 새로운 논란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며 "야당 위원님들이 이리저리 의도를 캐치하기 위해서 묻는 질문에 대해선 소신껏 분명하고 간결하게 답변해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국민 의사에 달려 있다' 이렇게 하시지 말라"며 "현행 헌법에 대해서 누구도 의문을 제기한 바가 없기에 그것을 굳이 검토할 필요도 없다, 이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조 처장은 이에 "제가 그 부분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못 한 상태에서 답변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범여, '안가회동'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 "내란 정권에 법 기술 제공" 질타
또한 범여권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협조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이 전 법제처장은 국회 법사위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완규 증인은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실패한 그다음 날 '안가(안전가옥) 회동'을 했고 여기 와서 계속 거짓말을 했다"며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지금 조사받고 있고 곧 재판도 받을 수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이 전 처장이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 삼청동 대통령실 안가에서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의 회동을 거론, "여러 명이 모여 다음 작업을 어떻게 할까, 도모를 어떻게 할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공개된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언급하며 이 전 처장이 '다들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언급은 자제하는 편이었다. 다들 답답하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한 것이 거짓이라고도 주장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완규 증인은 내란을 마침내 저지른 윤석열을 비호했던 '윤석열 변호인'이었다"며 "지난 윤석열 정권 3년, 법제처는 내란 정권에 법 기술을 제공한 내란 부역 기관이었다. 그 과거를 반성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답변 거부 '안가회동' 이완규, 사과 요구엔 "잘못한 거 없다"
이 전 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또 김용민 의원의 사과 요구에는 "저는 잘못한 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날 증인 선서도 거부했다.
이 전 처장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윤석열과 연수원 동기인가', '대학 동기이기도 한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불법과 비위로 징계와 감찰이 시작됐는데 시작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으로 활동한 바 있느냐', '내란범을 변호하는 데 '열일'(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가', '윤석열 내란 수괴 쪽의 대통령실 부탁을 받았나' 등 잇따른 질문에도 15차례 연속 "답변하지 않겠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폴리뉴스 안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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